▲우붓 왕궁 중문많은 여행자들이 이 화려한 중문 앞에서 사진을 남긴다.
노시경
왕궁의 가운데 마당 안에 들어서자 왕궁의 더 깊은 정원 안으로 들어서는 중문(中門)이 화려함으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이 중문은 여행자들을 내려다보며 왕궁 마당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다. 이 중문이 여행자들의 눈길을 오래 동안 잡아끄는 것은 중문 중앙의 목재 여닫이문이 온통 화려한 금박으로 번쩍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이 이 정도로 번쩍거리는 것을 보니 왕궁의 보전을 위한 경제적인 지원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왕궁 마당의 화려한 중문 앞은 온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사진을 남기는 포토존이다. 워낙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을 찍으려면 꽤 많이 기다려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중문 앞에 서지 않을 때 재빨리 치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나는 내 얼굴이 담긴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 편이지만 우붓의 역사를 상징하는 이 건축물 앞에서 한 장의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 곳 우붓에도 역시 왁자지껄한 중국 여행자들이 많다. 주변에 중국 여행자들이 가장 많으니 중국 여행자 중에서도 친절하게 보이는 한 아저씨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자신도 다른 사진을 찍어야 할 일이 있어서인지 옆에 있는 자기 아내에게 우리 사진을 찍어주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 중국인 아내가 남편의 요청을 단번에 거절해 버린 것이다. 아마도 날씨도 더운데 왜 짜증나게 나한테 그런 일을 시키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 중국 아저씨는 아내의 반응에 대꾸도 못하고 결국 스스로 우리 사진을 찍어주었다. 남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중국 아주머니의 마음 씀씀이와 함께 아내에게 꼼짝 못하는 중국 아저씨의 모습에 실소가 나왔다. 나는 저 아저씨가 평소 아내에게 잘못한 일이 많을 거라며 나의 아내와 함께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