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결혼하니폴 고갱, 언제 결혼하니, 1892. Oil on canvas, 101 x 77cm
폴 고갱
폴 고갱의 친구였던 반 고흐는 총 900여 통에 달하는 편지를 남겼는데, 이 글들은 그의 위대한 예술을 이해하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 자체로도 매우 귀중한 서간 문학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흐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동생 테오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했다. 고흐의 편지 중에는 동생에게 보낸 게 무척 많은데, 그가 창작에 한창 몰두하던 1885년 즈음 테오에게 쓴 몇 통의 편지에는 이런 내용들이 자주 보인다.
"네가 100프랑을 보내주어서 너무나 기뻤어. 그 전에도 말했듯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돈이었단다. 여러 가지 지불을 했어. 그게 근심이었지.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그 돈이 필요했음을 알고 있었으니까.""나는 지금 남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될 처지에 직면해 있어. 달리 말하면 돈 부탁을 해야 할 입장이야. 당분간 그림이 팔릴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더 심각해. 그러나 어떻든 간에 열심히 일하는 게 우리 두 사람에게 최선이 아니겠니?""안녕. 가능하면 다시 편지를 다오. 그리고 돈도 보내다오.""빨리 답장을 써야 했는데 늦었구나. 50프랑, 특히 고마워. 덕분에 이번 달도 지낼 수 있었어."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들은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 "사랑하는 테오. 너의 편지와 동봉한 것을 안전하게 받았단다. 진심으로 감사해" 아마도 '동봉한 것'이 돈일 테고, 이걸로 그는 그림 재료를 샀을 것이다. 고흐가 살아 있던 동안 그의 작품 중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판매'의 범주에 드는 경우는 단 한 번 뿐이었다고 하는데(그마저도 무척 헐값이었다),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드는 자신의 그림을 보면서 고흐는 과연 어떤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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