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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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등굣길에 다쳐 병원 응급실에 있다고 했다. 손목 골절이 심각해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오지 않아 검사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그제야 상황이 이해되었다. 연락이 되지 않는 부모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선생님은 얼마나 황당하셨을까... 자느라 받지 못한 큰아들의 전화에도 여러 통의 전화가 와 있었다.
"정말이야... 큰 아이 이름을 말하니 분명 집에서 자고 있는 걸 보고 나왔으니 의심하지."연락을 받은 남편도 놀랐다. 큰아들과 작은 아들은 학교가 같다. 올해 졸업한 큰애는 학교생활을 즐겨 대다수 선생님들이 기억하신다. 마침 작은애 담임선생님도 그런 분이시라 남편과 통화할 때 큰아들 이름을 먼저 말씀하셨나 보았다.
평소 나처럼 사기를 당한 적이 없는 것이 '철저한 안전 원칙' 때문이라 생각하는 남편은 큰애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출근한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는 말로 이해했고, 그 다음 이야기는 '사기에 넘어가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에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전화로 의심받으신 선생님... 하필 스승의 날을 코앞에 두고 속상하셨을 것 같아 죄송하다.
병원에 도착하니 양손에 붕대, 얼굴 여러 곳엔 반창고, 터진 입술, 피와 흙이 엉긴 교복을 입고 누워있는 아들이 보였다. 그 몸으로 학교까지 걸어와서 선생님들이 놀랐다고 했다.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자전거로 20분 걸리는 등굣길에 적색신호로 변한 횡단보도 앞에서 갑자기 멈추다 그대로 뒤집어졌다고 했다. 왼쪽 손목이 복합 골절되었고 여러 곳에 찰과상을 입었다.
아들은 약 두 시간을 부모 없이 혼자 아파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면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라고 강하게 키워야 한다지만 마음이 아프고 애잔한 건 어쩔 수 없다.
"처음엔 정신이 하나도 없더니 이젠 괜찮아요."미안해하는 내게 아들은 담담하게 말했다. 우선 수술은 잘 되었고 아들은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한다. 담임선생님께는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남편에게 제공하지 않은 나의 부주의를 반성하며 '절대 사기 당하지 않겠다'면서 내 안에 친 편견이 진실을 알아가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됐다. 부모가 되기에도 어른이 되기에도 부끄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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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다쳤어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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