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시설을 둘러보던 우리에게 그 병원 간호사는 "개인병원은 시설투자 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걱정마세요"라고 말했다.
freeimage
세상에는 스스로 달인이나 고수라 칭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인정할 때가 진짜배기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하는 의술의 세계에서 그들이 인정하는 고수의 반열에 오르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충분히 예상된다. 그런 고수는 화려한 대학병원의 높은 자리에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처세와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 사회다. 이문을 쫓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그런 고수는 변두리 허름한 병원에 있을 수도 있다.
자기 포장도 능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 또한 있다.
그 기억을 떠올리고 나니 갑자기 병원이 좋게 보였다. 모두 어렵다던 그 아이를 살려낸 그런 분과 같은 의사가 있을 것 같았다.
"이곳 선생님이 재야의 숨은 고수일지 모르잖아."최선이 아니라면 학교 가까이 있는 이곳이 차선이라는 남편과 의견 일치를 봤고, 수술동의서에 서명했다. 급하게 하는 수술이라 담당의사는 그대로 수술실에서 아이를 맞았다. 설명은 연로하신 원장님이 대신했다. 수술실에 아이를 들여보내고 입원실을 둘러봤다. 가운데 오래된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있었다. 병원의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큰 병원들을 선호하다 보니 개인병원은 시설투자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잘 결정했으니까. 내 아들이어도 이분께 수술 맡길 거예요."따라온 다른 간호사가 침상을 정리하며 말했다. 어떤 분이기에 이렇게 신뢰가 깊은지 궁금했다.
두 시간 후,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원장님의 설명이 있었다. 아이가 깨어난 뒤 집도의가 찾아왔다. 수술 경과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자꾸 웃음이 났다. 우리가 상상했던 재야의 숨은 고수 모습은 아니었다. 깔끔하고 스마트했다. 게다가 젊어 보였다. 반대로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는 재야의 느낌이 났다. 안심이 됐다. 살아오면서 터득한 느낌으로 '누가 뭐라 해도 묵묵히 내 길을 갈 뿐이오'라는 냄새가 그대로 전해졌다.
"아니 왜 여기 있어? 대학병원가지!"둘째의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생이 또 그런다.
"여기에 재야의 숨은 고수가 계셔."내가 고수라 믿으니 아이의 수술 경과도 좋을 것 같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