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이런 질문이 따른다. 그럼 도대체 뭘 먹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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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이런 질문이 따른다. 그럼 도대체 뭘 먹어야 하는가? 짜증 반 호기심 반. '그래서 어쩌자고'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이의 간극. 해법? 이런 방법도 제시할 만하겠다. 원래 모양을 간직한 신선한 식품을 구매하라. 그러나 쉽지 않다. 우리는 모양에 민감하며, 진짜 맛을 모른 채 인공의 맛에 길들여졌거나 감각을 일깨우는 데 게으르다. 그런 식품을 사기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어쨌거나 먹는 일은 중요한 문제지만, 일상에서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사색 대신 검색만 익숙한 우리는 맛집(블로깅)만 들쑤시고 먹거리에 대한 진지한 사유는 시궁창으로 몰아넣었다. 식품안전, 좋은 재료 등은 끊임없이 강조되지만, 식품 전반의 체계나 음식 철학에 대한 논의는 미약하다. 특히 음식에 대해서라면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 돌린다.
어떤 먹거리를 선택하는가는 정치의 문제다. 편의점에서 햇반과 컵라면을 계속 먹을지, 아이들에게 좋은 재료로 만든 보편적 급식을 먹게 할지를 결정하는 당사자는 우리 각자다. 밥 한 그릇이 사회권의 기본임을 인식하는 일과 맛있는 것만 찾아다니는 탐식에 몰두하는 일 사이의 간극은 엄청나다. 어떤 태도를 가지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회를 만든다. 즉 투표와 비슷하다. 태도는 선택을 이끌고, 그 선택은 결과에 차이를 드러낸다.
식품(먹거리)의 문제가 단순히 생존과 과학적인 논쟁으로 끝나선 안 된다. 그것은 정치·경제의 복잡한 쟁투에 놓여 있다. 음식의 의미가 단순히 맛, 다시 말해 텍스트 자체에 고정적으로 주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음식의 생산과 소비의 복잡한 순환을 통해 가변적으로 구성된다. 단순히 어떤 음식을 선택하라는 말은 손쉬운 검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요한 지점은 교육과 실습을 통해 음식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 이를 통해 '음식시민'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이를 주변과 나누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내 입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아야 한다. 생산과 소비는 가까워야 한다. 둘 사이를 멀게 만듦으로써 자본가는 혼자 배를 불렸다. 공동 생산자가 돼야 하고 거대 식품복합체의 분리주의에 저항해야 한다. 직접 만들어먹는 일도 저항의 한 방법이다. 음식은 개인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사회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음식이 '사회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영화감독 봉준호는 이것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다. <괴물>의 마지막 장면. 노점 노동자 송강호와 노숙자 아이는 따뜻한 밥 한 공기를 나눈다. <마더>에서 되풀이되는 장면이 있다. 김혜자와 원빈의 백숙 식사 장면이다. <괴물>과 <마더>에 나온 그들은 밥을 같이 먹어야 하는 관계임을 함의한다. 따라서 행복한 밥상은 어떤 음식이 올라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하느냐 역시 중요하다.
다시 물을 수 있겠다. 희망은 있는 것인가. 독일의 화가 막스 베크만은 1913년 그의 일기장에 이렇게 쓴다. "인간은 1등급 돼지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100년이 넘은 지금, 막스가 일기장에 쓴 예언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아니, 어쩌면 인간은 1등급에서 등급이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내일 먹을 것이 오늘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되레 더 나빠질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먹어야 산다. 먹기 전에 이것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어떤 노동이 가미되었는지 생각해보라. 1등급 돼지가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장악한 거대 식품복합체의 자본질을 멈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치다. 최초의 식품안전 운동이 거둔 성과는 단순히 안전에만 매몰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본의 탐식을 막고자 했던 시민운동의 한 줄기였다. 나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전제가 달라진다면 결과 역시 달라진다. 명민한 좌파 영화감독 켄 로치의 말을 곱씹는다.
"유일한 희망은 새로운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소수의 탐욕에 봉사하는 경제가 아니라, 다수의 경제를 안정시키는 그런 구조 말이다."(켄 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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