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는 뽕꽃을 피웁니다. 곧 까무잡잡하게 익은 맛난 오디로 거듭나겠지요.
최종규
오월로 접어들면 마을마다 찔레꽃이 한창입니다. 다만, 요즈음 시골자락에서는 염소나 소를 놓아서 키우지 않기에 찔레꽃이 피든 국수꽃이 피든 마삭줄꽃이 피든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들딸기가 맺어도 들딸기를 훑는 어르신은 드뭅니다. 그저 농약을 뿌려서 들딸기조차 죽이고, 풀 베는 기계로 석석 밀어냅니다. 새콤달콤한 들딸기알을 즐기기보다는, 들딸기넝쿨 때문에 따갑다고들 하십니다. 이리하여, 찔레꽃이 한창이라 하더라도 묵은 밭자락이나 길가나 깊은 숲이 아니라면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돌울타리 한쪽에서 자라는 찔레넝쿨이라면 애써 베거나 자르지 않으니 오월 한 달 동안 찔레꽃은 가까스로 살아남을 만합니다.
들에서 보면 들꽃이요, 집에서 보면 집꽃입니다. 들에서 보는 찔레꽃은 '들찔레꽃'입니다. 우리 집에서 보는 찔레꽃은 '집찔레꽃'일 테지요. 마을에서 피어나는 찔레꽃이라면 '마을찔레꽃'이에요. 찔레는 찔레싹도 시원하고, 찔레꽃과 찔레잎도 싱그럽습니다. 모두 맛난 나물이 됩니다. 삼월 끝자락 언저리에 벚꽃잔치를 하거나 진달래꽃잔치를 한다면, 오월에는 찔레꽃잔치를 할 만합니다. 찔레꽃잎을 얹어서 지짐이를 할 수 있습니다. 떡에도 찔레꽃잎을 가만히 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