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한 장면.
시네마달
이런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면서 정작 불편한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받아들여야 할 진실을 불편하게 느끼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을 불편하게 느끼는 우리 자신에 대한 불편함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사회의 다수가 믿고 공유하는 사실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사실은 진실과 같을 수도 있지만,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먹기 좋은 형태로 전시돼 있는 살코기 제품은 우리에게 위생처리된 안전식품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진실은 신자유주의 자본논리에 의한 기업의 무한 경쟁 체제 속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투여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에 담겨 있다.
황윤 감독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보여준 사실과 진실 사이의 틈새는 그 진실을 불편해하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에 대한 불편함을 상기시킨다. 이중적 태도로 불편한 진실을 그대로 남겨두고자 하는 인간들에 대한 불편함을 묻는 감독의 문제의식은 우리들에게 향해 있다. 과연 우리는 사실과 진실의 틈새를 들여다보면서 진실에 직면할 자세가 돼 있는 걸까.
공장식 사육은 동물에 대한 폭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에 대한 폭력이기도 하다. 새로운 질병의 발생뿐만 아니라 창궐 요소도 되기 때문이다. 지구는 지금 인구 증가로 인한 종간 접촉 증대, 세계화로 인한 교역과 이동 증가,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집단 면역성 저하, 의료 민영화로 인한 의료관리 소외 계층의 증가, 기후 온난화 및 인간 위주의 과학 기술로 인한 생태계 균형 파괴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소비문화로 인한 집단 동물사육과 대량소비로 새로운 질병의 등장은 이미 예견됐고, 이미 등장하고 있다.
이미 사회 재난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제 한국 사람들에게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는 더 이상 새로운 질병이 아니다. 30여 년전 인류계 내로 들어와 3000만 명을 죽인 AIDS나 영국과 EU의 축산을 황폐화 시켰던 광우병, 혹은 2012년 9월에 처음 보고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우리의 미래 세대가 겪어야 할 새로운 질병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과학문명과 신자유주의 시대에 있어서 우리를 위해 죽어야 하는 생명체의 고통과 그 관계성에 대한 인식은 철저히 생산성 논리와 기업 체제로 대체된다. 또한 싸고 보기 좋은 고기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인 한, 대량 매몰을 불러오는 기업의 공장식 밀집사육을 대체할 건강한 소규모의 생태축산이나 순환유기축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중요한 건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