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에 날아든 파리 한 마리

진정한 미안함이란

등록 2015.05.28 17:12수정 2015.05.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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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잔 술 잔에 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술 잔술 잔에 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정도길

며칠 전, 퇴근길에 지인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렀습니다. 안주를 주문해 놓고 먼저 술을 마셨습니다. 술기운도 오르고 대화도 무르익던 그 때, 갑자기 파리 한 마리가 술잔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누구랄 것도 먼저 없이, '웬 파리'하며 놀랐습니다.


주인장을 불렀습니다. "술잔에 웬 파리가 들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주인은 '술병에서 나왔나' 혼잣말 하면서 자신도 '왜 술병에 파리지'라며 의아해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술잔을 보니 파리가 살아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파리는 잔 속 술 위에서 뱅뱅 돌아가는 신비스러운(?)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본 주인과 손님 모두 술병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 식당 안을 날아다니는 파리가 술잔에 자유낙하를 한 것이라고.

문제는 이때부터 생겼습니다. 어찌됐건, 주인으로서 '미안합니다'라는 말 한 마디 해 주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는 듯한 주인장의 태도와 말은 계속 이어졌고, 한동안 일행과 옥신각신해야만 했습니다.

참으로 어이없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주인장의 말과 행동. 결국 옆 자리 손님들이 이 광경을 보고 끼어들며, 주인을 나무라는 모습까지 연출됐습니다. 마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 발 물러서는 주인장의 모습. 이 모습에서 진정함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일행과 식당 안에 함께 한 사람 중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거짓과 위선이 없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진실함이 가득 담긴 송구한 마음의 표시."


이것이야말로 잘못에 대해 서로가 받아주고, 받아들이는 '진정한 미안함'이 아닐까요?

만약 그 주인장이 식구들과 다른 식당에서 똑같은 상황을 당했을 경우, 어떤 모습으로 대처할지 궁금합니다. 같은 영업을 하는 입장이라서 아무 일도 그냥 넘어갔을까요. 아니면 주인장을 불러 어떻게 하는지 챙겨보기라도 했을까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피로를 풀자고 들른 식당에서 유쾌하지 않은 일로 피로가 더욱 쌓인 하루였습니다. 술잔에 파리가 날아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어떻게 상황을 처리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 됨됨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가 활기찬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도 싣습니다.
#파리 #술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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