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톡 실행 화면왼쪽 사진은 시작 화면, 오른쪽 사진은 재생 화면.
거꾸로 톡
왼쪽 화면은 앱을 처음 실행했을 때의 시작 화면이다. 마이크를 누르고 음성을 녹음한다. 오른쪽 화면은 음성을 녹음한 뒤의 재생 화면이다. 왼쪽 재생 버튼을 누르면 녹음 음성을 거꾸로 재생하고 오른쪽 재생 버튼을 누르면 정상적으로 재생한다. 위에서 설명한 '난'을 녹음하여 재생해보자. 예상대로 거꾸로 돌려도 '난'으로 들린다.
두 음절 단어도 똑같이 만들 수 있다. '마감'에서 '마'와 '감'의 순서를 바꾼 다음 '마'의 초성과 종성을 맞바꾸면 '암'이 되고 '감'의 초성과 종성을 맞바꾸면 '막'이 되어 '막암'이 되는데 연음화가 일어나므로 결국 '마감'으로 들린다.
이번에는 백워드 매스킹처럼 거꾸로 재생했을 때 말이 되는 소리를 만들어보자. '악마의 시'의 음절 순서를 바꾸면 '시+의+마+악'이 되고 각 음절의 초성과 종성을 맞바꾸면 '잇+의+암+강', 즉 '이싀암강'이 된다. 위의 앱에서 '이싀암강'이라고 녹음한 뒤에 거꾸로 재생하면 '악마의 시'로 들린다.
하지만 초성과 종성이 정확히 대응하지는 않는다. 'ㅂ'은 입술을 닫은 채 허파에서 공기를 계속 내보내어 입안의 압력을 증가시킨 뒤에 폭발하듯 공기를 뿜어내어 내는 소리(파열음)인데 종성에서는 입안에 압력을 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ㅂ'과 같은 방법으로 발음하되 압력을 가하지 않고 소리를 그냥 내보내면 'ㅁ'이 된다('ㅁ, ㅂ, ㅍ, ㅃ'은 모두 '양순음'에 속한다). 따라서 '밥'을 거꾸로 재생하면 '맙'으로 들린다.
'각'을 거꾸로 재생하면 신기하게도 '악'으로 들린다. 'ㄱ'과 'ㅇ'이 비슷한 소리라는 게 언뜻 납득이 가지 않겠지만, 실제로 '(음가 있는) ㅇ, ㄱ, ㅋ, ㄲ'은 모두 '연구개음'에 속한다.
훈민정음에는 음가가 있으면서 초성에 쓰이는 'ㅇ'이 있었다. 지금은 초성으로 쓰이지 않기 때문에 음가를 알기 힘든데,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강'을 거꾸로 재생하면 '악'으로 들리는데 이때 'ㅇ'이 음가 있는 'ㅇ'이다.
위에 링크한 뉴스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재생하면 '피가 모자라'로 들린다고 하는데, 해당 부분의 원래 가사는 '왜 바꾸지 않고 가슴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멜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기를 바라고만 있을까' 중에서 마지막 부분인 '바라고만 있을까'다.
공식에 대입하면 '앆릉씽남옥알압', 즉 '앆릉씽나모가랍'으로 들린다. '씽나모가랍'이 '피가 모자라'로 둔갑한 것이다. 서태지가 정말 백워드 매스킹을 의도하고 가사를 썼다면 '알앚옴악잎', 즉 '아라조마깊'이라고 했어야 한다. 뉴스에서 MBC 오정환 기자는 자기 귀에는 '씨가 모가와'에 가깝게 들린다고 했는데 정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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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라고 생각한다. 번역한 책으로는『새의 감각』『숲에서 우주를 보다』『통증연대기』『측정의 역사』『자연 모방』『만물의 공식』『다윈의 잃어버린 세계』『스토리텔링 애니멀』『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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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싀암강' 뒤집으면, '악마의 시'가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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