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 4월 29일 치른 중간고사 시험 중 시중의 문제지에서 그대로 배낀 문제들을 학생들이 찾아냈다.
조정훈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치른 중간고사에서 일부 과목의 시험문제가 시중에 있는 참고서에서 그대로 베껴 출제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문제를 제기한 학생에게 진술서를 요구하고 교육청은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여 비난이 일고 있다.
경북 영천에 있는 Y여고는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1일 사이 중간고사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3학년 인문사회계열 시험과목인 <독서와 문법>, <화법과 작문> 문제 가운데 절반이 넘는 문제가 교사용 지도서와 시중의 참고서에서 그대로 베낀 사실이 드러났다. 이 학교는 인문사회개열 4개 반과 자연계열 3개 반이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시험을 친 학생이 학원에서 미리 받은 중간시험 대비용 문제지에 같은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다른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알려졌다. 두 과목 각각 30문항 중 16문항씩 지학사에서 출판한 '교사용 지도서 문제은행'과 '교과서 뛰어넘기'에서 출제된 것이다.
해당 교사 "교사용 지도서 문제는 학생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시험 일주일 뒤인 지난달 8일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시험을 출제한 교사를 찾아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해당 교사는 "교사용 지도서는 판매용이 아니기 때문에 베껴서 출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너희들이 재시험을 원한다면 다시 치를 것인지 의견을 모아오라"고 했다.
해당 교사는 다시 3일 뒤인 11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에게 일부 시험문제를 베껴 출제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유출이 된 것처럼 설명한 뒤 재시험을 치를 것인지를 투표했다. 그때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던 학생들은 4반을 제외하고는 과반수가 재시험에 동의하지 않았다.
해당 교사는 이날 오후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을 불러 30문제 중 14문제만 다시 시험을 치자고 요구했지만 학생들이 거절하자 다시 재투표를 통해 재시험을 결정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진술서를 쓸 것을 요구하고 "유출된 문제를 풀어 이익을 본 학생들은 누구냐"고 다그치기까지 했다. 또 증거자료가 필요하다며 "표절한 문제가 어떤 것들인지 학생들이 직접 찾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출된 문제를 풀었다는 학생이 누구인지 알려졌고 이 학생은 교사에게 불려가 경위서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문제가 유출된 경로를 알기 위해 미리 문제를 본 학생들을 알려달라고 한 것이지 책임을 묻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다"며 "교사용 지도서에 나오는 문제는 학생들이 전혀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또 "교사들이 문제를 낼 준비가 부족해 시중 문제를 참고하기도 한다"며 "이번 출제는 두 과목 60문항이라 나 혼자만 가지고 있는 자료에서 잘 배열하면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문제집을 가지고 있을 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