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중앙일보 시시각각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런데, 이정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내시의 죽음으로 화제가 된 '내시 균형'을 악용하는 칼럼을 썼다. 지난 5월 28일자 '내시 균형과 연금 개혁'이 그것이다. 아래는 이 기자의 주장이다.
"야당의 주장은 내시 균형을 깨자는 소리와 같다. 애초 '50%'라는 엉뚱한 숫자 때문에 국민이 분노한 게 얼마 전이다. 공무원연금 개혁하랬더니 애꿎은 국민연금을 건드린 게 누군가. 그런데도 국민은 이번 개혁안을 용인했다. 심히 마땅찮지만 그나마 안 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깨졌던 내시 균형이 가까스로 복원된 건 다 국민의 힘이란 얘기다. 그런데도 야당이 마지막까지 딴소리를 해서야 되겠나. 이쯤에서 물러서는 게 옳다. 더 나가면 내시 균형이 아니라 치킨게임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도무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이야기에, 엉뚱한 훈수로 일관하고 있다. 당초 '내시 균형'을 깬 것은 청와대였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에 합의하고 대표와 원내대표가 사인까지 해놓고 청와대가 반대하자 합의를 뒤집었다.
'내시 균형'은 협상 참여자들이 합리적 이성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런 전제에서 내시는 21세에 낸 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참여자의 수에 상관없이 모든 비협력 게임에서 적어도 하나의 균형점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것이 스스로 명명한 '내시 균형'이다.
내시는 "그가 생각하는 걸 나도 생각한다고 그가 생각하리라는 걸 나는 생각한다…"는 끝없는 추론의 연쇄를 끊어내는 개념을 고안해냈다. 서로 이익이 되는 가능성이 있는 게임이론을 창안한 것이다. 모든 행위자가 저마다 경쟁자의 최선의 전략에 최선의 대응을 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꿰뚫어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정재 논설위원은 비합리적 사고로 협상을 깨고 전체 사회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청와대를 일방적으로 두둔했다. 말로는 '내시 균형'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엉뚱한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독자를 무지한 대중으로 간주한 궤변이다.
청와대 입장만 두둔, 내시에 대한 모독은 아닐까박수진 <헤럴드경제> 기자는 6월 1일자 기사 "野, 정말로 '떼쓰기' '끼워팔기' 했나?... 10일 협상안 살펴보니"에서 아래와 같이 적었다.
"여야 원내대표가 처음 만나 합의를 이룬 4가지 기본 사항의 범주 안에서 야당은 협상 전략을 펼쳐왔던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를 두고 떼쓰기, 끼워팔기, 더 나아가 '제왕적 야당'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경향신문 6월 1일자 기사 "새누리 '어쩌란 말이냐' 청 간섭에 부글... 당·청, 갈라서나"에 따르면, 새누리당 의원 중에 누군가는 "원래는 지난 6일(4월 국회 마지막)에 했어야 하는 걸 (청와대와 친박계 반대로) 못한 게 가장 아쉬운 거다, 그때 했으면 세월호 시행령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이번에 안 되면 더 큰 것을 걸어야 하니 결단한 거 아니냐"라고 했단다.
내시의 핵심 아이디어는 이렇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얼마나 큰 이익을 얻는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의 대안들은 얼마나 든든한가. 이 양자의 조합에 거래 여부가 달려 있다." 청와대도 협상 당사자라고 했을 때, 상대의 전략을 고려한 최선의 전략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대안 없이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는 이기심으로 충만하다. 이정재 논설위원은 '내시 균형'을 들먹이면서 '치킨 게임'을 하는 청와대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의 공익으로 귀결된다는 아담 스미스의 논리를 수정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권위에 대한 모독이요 독선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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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게임' 청와대 감싸느라 '내시' 거론한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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