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미군의 탄저균 국내 반입을 규탄하기 위해 부산미국영사관을 찾은 고창권 민주수호부산연대(왼쪽), 정한철 전교조 부산지부장(가운데),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오른쪽)이 항의서한 직접 전달을 가로막는 영사관 보안담당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정민규
2일 오전 부산진구의 한 빌딩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오산 주한미군기지에 탄저균을 반입한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한국인들과 이 빌딩에 입주한 미국영사관 경비업체의 한국인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 항의서한을 든 한국인들은 미국 영사에게 직접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보안담당자라고 밝힌 장아무개씨는 그저 자신에게 맡기라는 말만 반복했다.
영사관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장씨의 말대로라면 그 시간 미국영사관에는 미국인 직원이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았다. 영사를 비롯한 미국인 직원들은 모두 '바쁜 일'이 있어 외부에 있다고 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그걸 말이라고 하냐"고 따졌지만 장씨는 "그럴 수도 있다"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사람들보다 곱절은 더 많은 경찰이 주변을 에워쌌다. 고창권 민주수호부산연대 대표가 영사관 경비에 동원된 의무경찰들을 바라보며 "미군에게는 탄저균 예방접종을 시키고, 한국군에게는 예방접종도 시키지 않았다는데 억울하지도 않느냐"고 소리쳤다. 경찰은 아무 말이 없었다.
자신에게 전달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전달할 방법이 없다는 경비직원에 막혀 항의서한은 미국 영사에게 직접 전달되지 못했다. 서한을 건네받은 보안담당자는 "잘 전달하겠다"는 짧은 말만을 남겼다.
함께 현장을 찾았던 정한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장은 "고려를 침략했던 몽골군도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이들의 답답한 마음은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발표한 성명에도 담겼다.
탄저균 국내 반입에도 속수무책 "검역주권을 찾아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