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골든타임 놓쳐... 차라리 정부를 격리하라"

[이슈]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 후 확산... 누리꾼 비판 목소리 커져

등록 2015.06.02 19:00수정 2015.06.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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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주의보'에 마스크 무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설치 된 임시격리실 근처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있다.
'메르스 주의보'에 마스크 무장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설치 된 임시격리실 근처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있다.이희훈

"정부가 또 골든타임을 놓쳤다."

하루사이 중동기호흡증후군(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하고, 우려했던 3차 감염자를 포함 확진 환자가 25명으로 늘자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허술한 방역체계로 인한 감염가능성에 불안을 호소하며 현 상황을 '무정부 상태'라 칭하기도 했다. 

2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Park_Youngsun)에서 "국민이 죽어가고 해외에선 한국이 그것밖에 안 되느냐는 비판이 거센데, 대통령은 저급한 시행령 싸움에만 골몰 한다"며 "(정부가) 또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일갈했다.

같은 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트위터(@sangjungsim)에 "결국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감염자는 25명으로 늘어 격리대상자가 600명에 달하고 있다"며 "정부의 부실한 초기대응이 가져온 참담한 결과에 말문이 막힌다"고 썼다. 정부가 온라인 '메르스 괴담'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곳은 괴담이 아니라 방역"이라고 꼬집었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histopian)도 지난 1일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전 교수는 "여객선이 침몰해도 우왕좌왕, 치명적 전염병이 돌아도 우왕좌왕, 지금 이 나라를 무정부상태로 만드는 건, 무슨 반정부세력이 아니라 정부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 사태에 대한 사과대신 초기대응이 미흡했다고 '질타'한 것을 두고도 크게 분노했다.

그는 "조선시대 평균 수준의 왕이었다면 '이게 다 과인이 미흡한 탓이오'라 했을 것"이라며 "옛날 왕이 바이러스에는 무식했지만, 지도자의 도리에는 훨씬 유식했다, 지도자란 질타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남겼다. 또한 "대통령이 국민을 대신해 고위 공직자들 '질타'해 주셨다고 감격하는 물건이 더러 있다"며 "이런 물건들이, 민주주의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치명적 바이러스다"라고 밝혔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hopesumi)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에볼라 환자가 단 한 명일 때 이미 비상대책회의를 한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열흘 만에,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사과도, 해명도 아닌 '지적'을 했다"며 "제발 책임지고 비상 대응을 하시라"고 토로했다.

누리꾼들, "각자도생(各自圖生) 떠올라"... 불안 넘어 허탈함 마저


 2일 온라인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2일 온라인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우용 트위터캡처

누리꾼 원성도 높다. 우려했던 3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격리 대상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불안을 넘어 허탈한 분위마저 느껴졌다.

트위터 이용자 '@Ego****'는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 스스로 살기를 도모한다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며 정부의 무능함을 꼬집었다. "위기 대응 능력이 낙타 똥만큼도 못 한 정부를 대한민국에서 강제 격리 시켜라"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낸 누리꾼(@pjmi****)도 있었다. '@redco******'는 현 상황을 세월호 참사에 빗대어 "마치 세월호 안에 타고 있는 느낌"이라며 극도의 불안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자조 섞인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앞서 3월 중동 순방을 마친 박 대통령이 '제2의 중동 붐'을 강조하며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가 일자리를 찾으라'고 한 발언을 풍자하는 글이 넘쳐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트위터 이용자 '@Shinb*****'는 "젊은 청년 중동가라고 자꾸 밀었더니, 한국에서 중동 붐이 일었다"고 썼고, '@Zz2***'도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가라고 하더니만, 중동 풍토병으로 대한민국이 텅텅 비게 생겼으니, 어쨌든 소기의 목적 달성하신 대통령님 감축 드린다"고 비꼬았다. '@Diva*****'는 "청년들 모두 중동가라고 했던 그 말, 지금도 유효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메르스 사태 향후 대처 예상'라는 제목의 글도 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고심 끝에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를 분리시켜 '질병안전처'(가칭)으로 독립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세월호 참사와 이번 사태 사이의 묘한 기시감을 꼬집는 내용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참사 34일 만에 대국민대화를 발표하고 국가 개조의 일환으로 '해경 해체'와 '국민안전처 신설'을 내놨다.

이어 해당 글은 "(질병안전처 신설 뒤) 질병안전처 현판식, 홍보대사 임명, 홍보 UCC 선발전, 홍보 캐릭터 공모전, 홍보 캐치프레이즈 내부 공모전, 어린이 백일장, 4대 비전 선포식, 실천다짐 결의문 낭독 및 선서식, 질병 안전 의식 고취를 위한 결의대회 등을 진행 한다"며 행정기관의 보여주기 식 태도를 비꼬기도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 "당장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맨들에게 갖다 줘도 되겠다, 이걸로 대본을 짤 수 있겠다"며 호응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메르스 #3차감염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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