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텃밭에 채소 모종을 심고 있는 서곡초 아이들.
서곡초
마을과 하나 되는 '마을학교'서곡초에서 실시하는 수업은 마을 주변 둘레길에서도 계속된다. 아이들은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마을을 순례하는 '공부'에 나선다. 서곡초는 도심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어, 학교 주변 환경이 시골학교와 비슷한 면이 있다. 주변에 밭과 논이 있고, 산과 들이 있다. 자연을 관찰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환경도 없다.
서곡초는 '마을학교'를 지향한다. 마을학교라는 명칭에는 마을과 학교가 협력해 아이들을 함께 교육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서곡초가 그 취지에 맞는 학교가 되려면, 아이들 역시 학교 근처 마을들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국 '마을 둘레길 걷기'는 마을학교에서 실시하는 수업 중에 하나가 되는 셈이다.
서곡초는 또 계절별로 일주일가량, 조금씩 특색이 다른 교육을 실시한다. 봄에는 마을을 산책하듯이 걸어 다니며 생태체험을 주로 하고, 여름에는 텃밭 가꾸기와 수영 등을 주로 배운다. 가을에는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일주일 동안 전시하는 '문화예술학교'를 운영한다. 그리고 겨울에는 겨울철 놀이 활동으로 스키 등을 배운다.
행복더하기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모두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진행된다. 학교 텃밭이나 계절학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은 교실 안에서도 똑같이 실시된다. 아이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학교생활을 이어간다. 이쯤 되면, 이 학교가 어떤 목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인지 헷갈린다.
'행복더하기학교'의 고민세간에 혁신학교를 두고 '공부는 안 시키고 놀게만 하는 학교'라는 오해가 있다. 그건 혁신학교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세상에 학습을 소홀히 하는 학교는 없다. 서곡초에 다니는 아이들은 80분 수업을 하고 30분 동안 쉬는 시간을 갖는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의 놀 권리를 충분히 보장한다. 그런데 수업 시간이 너무 길어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업은 상당히 밀도 있게 진행된다. 수업은 대부분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짜여 있다. 아이들은 '모듬'별로 모여서, 주어진 과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돕는다. 그 시간에 교사들은 또 다채로운 수업 방식을 동원해,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애쓴다.
학부모들 중에는 또 행복더하기학교가 아이들의 성적을 너무 등한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굳이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서곡초에 서도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기초·기본 학습은 철저하게 실시한다. 계절학교에서 가르치는 것 또한,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심화한 것이 대부분이다.
서곡초에서도 공교육은 필수다. 행복더하기학교의 고민은 그런 공교육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느냐 하는 데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부도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서곡초는 그와 같은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하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