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판소리 '유월소리'의 명창 안숙선내달 3일 시민청에서 삼풍백화점의 실화를 담은 창작판소리를 진행하는 안숙선 명창은 "작은 일을 소홀히 하다가 큰 일이 생긴 겁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것이죠.우리가 원칙을 지키고 살았으면 백화점도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고, 많은 분들에게 아픔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규승
"작은 일을 소홀히 하다가 큰 일이 생긴 겁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것이죠.우리가 원칙을 지키고 살았으면 백화점도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고, 많은 분들에게 아픔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오는 6월 29일은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지 20주기가 되는 날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삼풍백화점 붕괴 실화를 담은 창작판소리 '유월소리'(소리 안숙선/작 오세혁)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당시 민간구조대원였던 최영섭(57)씨의 증언을 토대로 명창 안숙석(66, 국립국악원 예술감독)과 극작가 오세혁(34,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대표)이 제작한 판소리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서 소리와 작창을 맡은 명창 안숙선은 내달 3일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앞두고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마치 메르스로 카오스가 된 현재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
이번 판소리 공연은 당초 24일에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메르스로 인해 다음달 3일로 연기됐다. 연기되기 전에 약속됐던 안 명창과의 인터뷰는 예정대로 지난 9일 국립국악원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전 미리 도착해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도 메르스에 대한 걱정을 놓치 않았던 안 명창은 이번 공연에 대해서 각별한 감정을 표현했다. 필자는 인간문화재와 흔치 않는 점심이라 멋드러진 한정식을 내심 기대(?)했지만, 안명창은 6천원짜리 콩나물 국밥을 드실 정도로 보통 어머니였다.
"판소리는 이 시대가 아니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희노애락을 담은 것이다. 시대가 처한 환경이 각기 전혀 다르다. 흥부가의 어느 한 장면을 얘기하면... 놀부가 흥부를 찾아온 장면에서 흥부가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집에서 놀부를 위해서 음식상을 차리를 장면이 나온다. 그런 일상의 모습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대상과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판소리는)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오면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안 명창은 그동안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시절부터 끊임없이 '작창'에 대해 관심을 보여왔다. 어린이창극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누군가는 우리나라에서 판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으나 창작 판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 안 명창에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창'의 의미를 이처럼 말했다. 마치 현대인의 삶을 후세에게 남기기 위한 사명감처럼.
이번 공연은 <메모리인서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기억을 목소리로 채록해 사장될 수 있는 고유의 미시사적 스토리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는 '서울의 아픔, 삼풍백화점'이라는 주제로 동화작가, 영화PD, 사진작가 등 15명의 기억수집가들이 유가족, 생존자, 구조대, 봉사자 등 100여 명의 시민을 만나 삼풍백화점에 관한 기억을 수집해왔다. 이번 공연은 안 명창의 막내아들과 동갑으로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연출가 겸 극작가인 오세혁(34)씨와 공동으로 제작했다. 오 작가가 민간구조대의 증언을 토대로 초고를 작성했으며, 안 명창이 작창과 소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