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도를 전파하는 리씨네 가장이다.
이성애
술을 음료나 물 마시듯 먹는 유럽인들은 술을 전혀 입에 대지 못한다는 나의 말에 '세상에나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지었길래... 술도 못 마신담...'에 어울리는 표정을 한다. 그래서 해외에선 약간의 음주를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때 실비아와 알베르또가 '아꾸아'를 먹자고 했던 것이다.
1차는 진한 벨기에 전통주와 물을 섞은 술이었다. 술 자체는 누런 빛깔이지만 물을 섞으면 마치 막걸리처럼 색이 뽀얗게 변한다. 남편의 말론 터키 전통주와 비슷하단다. 여하튼 코를 먼저 자극하는 술은 여러모로 초짜 음주가의 입엔 매우 낯선 맛이었지만 색깔이 곱고 냄새가 신비롭고 은은했으며 맛이 깔끔하였다.
그녀가 컵을 헹구어 다시 가져올 때도 난 우리의 끝이 어떻게 되리라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헹궈진 컵엔 독일맥주와 스페인맥주가 따라졌다. 물론 이 타임에 실비아가 주섬주섬 무엇을 내오더니 저녁이 차려졌다. 그냥 평범한 그들의 식탁이었고 전기바베큐판에서 천천히 오랫동안 구워진 삼겹살의 비계가 돌처럼 딱딱했으나 올리브와 곁들여 먹으니 괜찮았다. 근래에 먹은 것 중 가장 신선하고 달콤한 토마토도 먹었다.
그때도 난 그게 끝인 줄 알았으나 또다른 상차림을 위해 식탁이 말끔이 정리된다. 이젠 나도 스스럼없이 케러반을 드나들며 그릇을 정리했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이 차려졌다. 그 후 3차로 와인을 먹고, 4차로 꼬냑을 먹었다. 꼬냑은 힘들었음으로 애주가를 격분시키는 그 액션, '다른 컵에 살짝 버리기'를 했다.
남편은 흑기사를 자처하며 가끔씩 내 몫까지 먹어, 실비아와 알베르또보다도 150% 이상을 먹어 눈이 슬슬 풀리고 있었다. 오늘 밤에 있을 유로컵 빅매치인 스페인과 프랑스의 경기관람을 기다리며 그는 그렇게 취해 갔다. 술의 종류가 바뀌고 술잔이 비워질 때마다 알베르또는 "아꾸아"를 외쳤다. "그냥 물이야, 마셔"와 비슷한 말인지 어떤지.
오~~ 잘 피웠어,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