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오페라단 '주몽'. 광복70주년 기념 오페라로 박영근의 변화무쌍하고 힘있는 음악이 고구려의 혼을 느끼게 해주었다. 주몽역의 바리톤 우주호
국립오페라단
뜨거웠던 제6회 2015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마지막 작품도 성황리에 공연되었다. 그 주인공은 지난 6월 6일과 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주몽'이다.
오페라 '주몽'은 국립오페라단이 월드컵으로 한반도가 뜨거웠던 지난 2002년 작곡가 박영근에게 위촉해 '고구려의 불꽃-동명성왕'이라는 제목으로 올려 감동을 준 바 있다. 이번에 10여년만에 광복 70주년 기념작으로 더욱 탄탄하게 보강되어 더욱 뜻깊은 공연이 되었다.
박영근의 음악은 그 선율들이 비슷한 줄기처럼 느껴지면서도 모두 다르고 변화무쌍했다. 장면에 따라 상행음계와 하행음계, 붓점, 팡파레가 적재적소에 배치되면서, 선율과 조의 이동이 자유롭게 이어졌다. 특히 힘이 있어서, 저 북녘들판에 우리땅을 세운 고구려 선조들의 장대한 정신을 음악으로 강렬하게 전달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막에 그려진 고구려 벽화로 옛 시대의 기운이 느껴지는 가운데, 고구려의 기상을 나타내는 4도,7도 음정의 금관 팡파르의 서주가 웅장하게 울려퍼진다. 이내 1막이 시작된다. 무대밖에서 합창으로 들리는 "이 땅의 사람끼리 살게 하여라. 스스로 헤쳐가게"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유화부인 사이에서 주몽이 알로 태어나 버려지지만, 숲속에서 동물들의 호위와 보살핌을 받으며 부화되는 장면이 영상으로 보여진다.
2막 1장에서는 청년 주몽이 등장한다. 무대 오른편의 초승달, 왼편의 말과 마굿간 그래픽 영상이 멋지다. 주몽을 호위하는 오이, 협부, 마리는 흡사 알렉상드르 뒤마의 명작 '삼총사'에서처럼 의리가 느껴진다. 대소태자 자객과의 결투장면은 짧지만 실제 무술장면으로 긴박한 음악과 함께 사실감이 느껴졌다.
2장에서는 주몽 역 바리톤 우주호와 부인 예랑 역 소프라노 박현주의 듀엣이 서로의 선율과 가사가 동등하게 잘 들리면서도 아름답다. 예랑이 주몽에게 먹구름 자욱낀 갈대밭 영상앞에서 "당신의 꿈 이룬 날, 우리 아이 장성한 날을 위해 참고 기다리겠소. 홀로 떠나소서"라고 노래부르는 아리아에서는 가슴뭉클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