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안부 살피는 27개월... "하부지 뭐해?"

[하부지의 육아일기 49] 콩콩이가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등록 2015.06.11 14:00수정 2015.06.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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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 27개월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뭐해, 언니는, 아아' 정도다  체중은 13.2kg 또래 아이들보다는 조금 빠르다.
콩콩이 27개월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뭐해, 언니는, 아아' 정도다 체중은 13.2kg 또래 아이들보다는 조금 빠르다. 문운주

"언니는?"
"유치원에..."
"엄마는?"
"회사에 ..."


손녀 콩콩이는 생후 27개월, 3살이다. 궁금한 것이 많다. 계속 반복해서 묻고 대답하고. 가족의 안부를 살핀다. 하기야 어른도 궁금한 것이 많은데 우리 아기,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얼마나 궁금하고 답답할까.

언니가 유치원에 가고 엄마, 아빠까지 출근하고 나면 콩콩이와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한다. 거실이며 방안은 난장판이다. 장난감과 옷가지를 정리하고 쓰레기는 분류해 수거 장소에 버린다. 콩콩이는 할아버지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나비가 된 콩콩이 노란 나비가 되어 날개을 달고 꽃에 앉았다.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감성교육, 처음부터 시작이다. 말을 가르치고 오감을 체험한다.
나비가 된 콩콩이노란 나비가 되어 날개을 달고 꽃에 앉았다.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감성교육, 처음부터 시작이다. 말을 가르치고 오감을 체험한다.문운주

보고 또 봐도 귀여운 녀석이다. 하얀 얼굴, 부드러운 입술, 보송보송한 발... 어렸을 때 어른들이 깨물어 주고 싶다고 하는 말이 실감 난다. 발을 살짝 입술로 물어 줬다.

"아퍼."
"하지 마."

할아버지에게 반말이다.


"뭐해?"
"청소..."
"아~"

계속해서 하는 말이 '뭐해?'다. 청소한다고 했더니 알아들었다는 듯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할아버지 뒤 졸졸... 콩콩이의 질문 늘었다

콩콩이 원효사 탑 뒤에 숨기도 하고 잔디밭을 뛰어다닌다. 친구들과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다. 흥분하기 시작하면 넘어지거나 다칠 위험이 있지만...
콩콩이원효사 탑 뒤에 숨기도 하고 잔디밭을 뛰어다닌다. 친구들과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다. 흥분하기 시작하면 넘어지거나 다칠 위험이 있지만...문운주

도서관에 가는 날이었다. 오후 1시에 시작하는 '북 스타트' 프로그램이다. 음악도 들려주고 책도 읽어 준다. 감성 교육이다. 백지에다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말을 가르치고 친구들과 노는 방법을 알도록 한다. 선생님이 안아주거나 손도장을 찍어주면 입이 쫙 벌어진다.

한 시간 동안의 교육이 끝났다. 다음은 야외 나들이 차례다. 답답해 할까 봐 일주일에 한 번 바람을 쐬어준다. 무등산에 있는 원효사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평일이라 산장길은 한산하다. 저번에 다녀온 김덕령 장군의 위패가 모셔진 충장사를 지나 10분 정도 달렸을까.

산장길 종점이다. 계곡 쪽으로는 산장 호텔을 거쳐 꼬막재, 우측으로는 바람재와 토끼등을 거쳐 중머리재나 장불재를 오르는 길이다. 원효사는 버스 종점에서 우측으로 꺾어 늦재로 오르는 길목에 있다. 신라 시대 원효가 창건한 절이라 전한다.

대웅전을 바라보는 콩콩이 회암루에 올라 대웅전을 바라보고 있다. 처마에서 떨어진 흙더미에서만 뛰어다닌다. 풀, 흙, 나무, 곤충 등 자연과 함께 마음껏 뛰놀면서 자라야지...
대웅전을 바라보는 콩콩이회암루에 올라 대웅전을 바라보고 있다. 처마에서 떨어진 흙더미에서만 뛰어다닌다. 풀, 흙, 나무, 곤충 등 자연과 함께 마음껏 뛰놀면서 자라야지...문운주

회암루에 오르니 멀리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이 보이고 의상봉도 한눈에 들어온다. 정면으로는 대웅전이 보인다. 입구 위에 누각을 만들고 잠깐 쉬도록 한 것이 특이하다. 드러눕지 말고 대웅전을 향하여 바르게 앉아 108 번뇌를 내려놓고 소원을 빌라는 안내 문구가 눈에 띈다.

모처럼 아이들은 신이 났다. 석탑 옆에도 서 보고 잔디 위에 뛰어다닌다. 약수터에서는 물을 뿌리고 장난을 친다. 옷이 다 젖었다. 하얀 양말은 까맣게 변해버렸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거진 숲 속에 세워진 절, 원효사에서 아이들과 함께했다.
#하부지의 육아일기 #콩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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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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