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문에 마트에 사람이 없다"

메르스 이후 대형마트 아르바이트 해보니

등록 2015.06.12 10:51수정 2015.06.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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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메르스 공포에 휩싸인 시민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 급증으로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메르스 공포에 휩싸인 시민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 급증으로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유성호


메르스 사태가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망자수 못지 않게 경제적인 손실도 막대하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큰 희생을 치르게 하고 있다. 이에 기자는 현재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대형마트의 풍경을 전한다. 현재 대형마트는 고객수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임대매장이다. 이들의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다.


기자는 복학이 3개월 남았다. 다사다난했던 휴학생 생활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간다. 등록금은 해결했지만 아직 방값이 남았다. 집에 손벌리지 않기 위해 대형마트에 아르바이트를 갔다. 대형마트에서는 군입대 전에 일해본 적 있다. 이때는 사람들이 정말 미어터질 듯 많았다. 몸은 고달팠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았다. 이번 아르바이트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갔다. 물론 급여가 많은 것도 큰 작용을 했지만. 그런데 정신없을 거란 내 예상은 빗나갔다. 사람이 없었다.

6월 1일자로 출근했지만 사람이 많지 않았다. 30분에 한 번씩 근무교대가 이뤄졌는데 그때 보는 고객숫자는 손에 꼽을 지경이다. 대형마트의 특성상 월요일은 고객이 적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고객이 너무 적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대형마트가 지역에서 1, 2등을 다투는 곳이고 수도권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이용인구가 부족하지는 않다. 이런 기현상에 대한 의문은 그날 저녁 풀렸다.

"메르스 때문에 고객이 없다."

퇴근 전 미팅시간에 팀장이 한 말. 메르스의 여파로 고객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팀장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잠시 동안의 여파로 생각한 듯 보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났다. 여유롭던 팀장의 표정도 점점 심각하게 변했다.

인터넷몰은 성황, 임대 매장은 '울상'


매장은 여전히 사람이 적다. 아니 지난 1일보다 더 적어졌다. 입구마다 소독제를 비치했지만 고객수를 늘리는 데에는 그렇게 도움이 안 된다. 지역에 영유아 자녀를 가진 부부들이 많이 살고 있다보니 더 조심하는 듯했다. 매장은 비상이 걸렸다. 고객수가 줄어들자 본사도 매대를 바꿔보는 듯 고심해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바빠지는 곳이 있다. 인터넷몰 담당. 고객들이 직접 오프라인매장 방문을 하는 대신 인터넷으로 생필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몇 카트씩 인터넷몰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대형마트는 근근히 인터넷몰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임대매장은 다르다. 여기서 임대매장은 마트안에 입점해 있는 개인사업자들과 이벤트 기간 동안 오는 임시점포들을 말한다. 이들은 인터넷몰에 따로 코너가 마련돼 있지 않다. 특히, 이벤트 기간 동안 오는 임시점포들은 계약을 더 연장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한 달 더 연장하면 안 될 것 같아."

마트에서 떡을 팔고 있던 A씨는 매대를 철수하기로 했다. 계약기간이 아직 한달여 남아있지만 철수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묻자 A씨는 "여기서 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장사하다가는 임대료도 못 건져요. 다른 곳으로 가서 일을 하든가 해야죠. 사람이 없는데 팔 수 있나요. 손해만 보는거죠."

쭈꾸미를 팔러 왔던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씨는 호객행위를 위해 방송을 하며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매대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마트에서 임대점포로 옷가게를 하는 C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같은 임대점포들, 특히 옷점포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라고 한다.

"옷이 팔려야 하는데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 팔리겠어요? 오시는 분들도 그나마 식재료 위주로 사가시고."

기자가 일하고 있는 지역은 아직 메르스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메르스 공포가 지역경제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지역경제가 얼어붙는 것은 어떤 곳에서는 잠시간의 어려움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다.

마트 내에서도 장기간 매출감소가 지속되면 인원이 감축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물론 섣부른 얘기라며 일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메르스처럼 언제 현실이 될지 모른다. 메르스는 임대 매장주나 직원에게 생존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
#메르스 #지역경제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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