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삼위일체마사초 '성 삼위일체'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브루넬레스키가 고안한 일점 투시 원근법을 이용한 최초의 그림입니다. 마사초의 이 그림 이후 화가들은 화면에서 무한한 새로운 공간들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박용은
지금 내 눈 앞에는 그, 마사초가 그린 <성 삼위일체(La Trinita)>가 있습니다. 어쩐 일인지 찾아온 여행객이 아무도 없는 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한쪽 벽 앞에서 오직 나 혼자만 <성 삼위일체>를, 마사초를 만나고 있습니다.
오랜 연인과 이별할 때만이 아니라 그토록 오래 그리워했던 것과 만났을 때에도 '총 맞은 것처럼' 가슴에 구멍이 난다는 걸 오늘에야 처음 알았습니다. 코와 입을 통하지 않고 바로 폐와 심장으로 마사초가, 피렌체가 호흡되는 느낌입니다. 내가 그토록 오래 그리워했던 피렌체가 이렇게 내 심장에 구멍을 내고 있습니다.
<성 삼위일체>는 잘 아는 것처럼 브루넬레스키가 고안한 일점 투시 원근법으로 제작된 최초의 작품입니다. 앞서 몇 번 언급했던 성당 속의 작은 예배당, '카펠라'를 기억하시는지요? 보통의 카펠라는 하나의 방처럼 만들어져 입체 공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마사초는 그 입체 공간인 '카펠라'를 이렇게 실험적 기법의 프레스코화로 재현해 놓았습니다.
간단명료한 구도의 <성 삼위일체>는 인물들이 속한 각 층위의 공간감이 달리 보입니다. 그것은 상단과 하단의 모든 선들이 십자가 아래 부분의 한 점으로 모이기 때문이죠. 감상자를 위한 치밀한 수학적 고려로 만들어진, 이른바 '소실점'입니다. 현대인들이야 익숙할 대로 익숙한 구도지만, 일점 투시 원근법을 처음 접했던 당시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평평한 벽면이 깊숙이 들어간 것 같은 환상적인 공간감을 느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