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레스델빠이네
김동우
버스가 국립공원으로 들어서자 사슴처럼 생긴 구아나코(Guanaco; 야생 야마)와 난두(Nandu : 대평원에서 사는 아메리카 타조)가 방문자들을 반겨준다. 파타고니아의 파란 하늘 위에선 콘도르(Condor : 주로 남미에 서식하는 대형 독수리)가 바람을 타며 비행을 즐겼다.
버스가 멈춘 곳은 '라구나 아마르가'(Laguna Amarga). 멀리 토페스 델 파이네 상징인 토레스 삼봉(三峰)이 구름 모자를 살며시 눌러 쓴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세계 일주 중 가끔 내가 정말 여행을 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생길 때가 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자연이 만든 엄청난 감동 앞에 서면 으레 눈앞에 나풀대는 이미지가 현실이 아닐지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또 한 번 현실이 꿈결같이 다가왔다.
라구나 아마르가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7km 정도 떨어진 '라스 토레스'(Hotel Las Torres)까지 가면 첫날 트레킹이 시작된다. 백패킹을 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라스 토레스에 숙박예약을 하면 된다. 반면 야영을 계획했다면 이 숙소 야영장에 텐트를 치면 된다(유료).
서둘러 텐트를 치고 빵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첫날 토레스 삼봉을 보기 위해선 왕복 19km를 걸어야 하는 간단치 않은 코스였다. 행동식을 챙겨 트레킹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