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팔원숭이에게 철봉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동물을 위한 행동
2015년 5월 국내 최대의 동물원인 에버랜드 동물원의 영장류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사전에 신청한 20여 명의 관람객은 사육사의 안내에 따라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다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건물 뒤쪽에 마련된 공간에 관람객들이 둘러앉았다. 잠시 후 사육사가 아기 동물을 데리고 나왔다.
침팬지, 오랑우탄, 긴팔원숭이. 침팬지는 돌아가면서 손을 보여주었고 긴팔원숭이는 손을 만질 수 있게도 해주었다. 오랑우탄은 함께 사진찍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런데 사육사가 긴팔원숭이 아기의 손힘을 보여준다면서 철봉을 시키는 묘기를 보여주는 코너가 있었다. 촬영은 원천적으로 막았다. 당당하다면 왜 촬영을 못하게 하는 것일까. 보여주는 전시 외에 영장류를 체험한다는 명목으로 만지게 하는 것은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을까.
영장류 즉 영장목은 안경원숭이류를 비롯한 원원류와 긴꼬리원숭이 등의 진원류, 긴팔원숭이, 오랑우탄 등의 유인원을 모두 포함하며,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손과 발이 있고 손톱과 발톱이 달린 5개의 손가락과 발가락이 있다. 포유류 중 진화과정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지능력과 지능을 가진 부류인 만큼 자의식이 있고 가족을 중심으로 한 사회를 이루며 살아간다.
영장류의 개인적 상업적 이용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국내 최초 야생영장류 연구자 김산하 박사에게 해당 동영상 속의 영장류 체험 내용을 보여주었다. 김산하 박사는 메일을 통해 다음과 같은 소견을 전했다.
"만지는 것에 질병감염의 문제가 거의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지극히 비과학적인 자세입니다. 영장류는 동물 중에서도 인수공통 전염병이 많고 쉽게 전염될 수 있습니다. 현재 다 알려지지 않은 것조차 얼마나 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접촉이 괜찮다 하더라도 단 몇 건의 접촉이 안 좋으면 그 자체로 큰 문제입니다. 언제나 그 소수의 접촉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죠. 더욱이 이런 체험 프로그램은 사람들로 하여금 야생동물이란 그렇게 근접거리에서 보고, 만지는 것이 괜찮다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주기에 더욱 안 좋습니다. 야생동물은 만지는 것은 물론 시선 자체를 싫어하는데, 지금 만져지고 있는 원숭이가 이미 좀 '익숙해져' 보인다고 해서 괜찮은 것이 아닙니다. 그저 억지로 일상화가 되어있는 것이죠."지금도 일상적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는 오랑이. 과연 오랑이는 괜찮을까. 그리고 오랑이와 접촉했던 수 많은 시민들은 괜찮을까.
영장류의 개인사육이 위험한 이유전문가들은 개인의 영역인 가정 내에서는 박테리아성 질환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마이코 박테리아는 폐결핵을 일으킬 수 있고 살모넬라는 장염의 원인이 되며 캄필로박터는 설사를 일으킨다.
희귀야생동물 즉 외래동물(exotic animals)은 특이한 습성과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를 제대로 갖춰주지 못할 때에는 복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주인이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 22개 주에서 영장류를 펫(애완동물)으로 키우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3개 주에서는 일부 금지, 11개 주에서는 허가증이 필요하다.
ENCAP(Born Free Foundation이 설립한 유럽 야생동물 NGO연합)의 'Wild Pets in the European Union'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네덜란드, 불가리아, 이탈리아, 포르투갈,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헝가리는 개인 사육이 금지되어 있고, 벨기에와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은 일부 금지되어 있다.
영국의 경우 'Dangerous Wild Animals Act'에 따라 법에서 규정한 원숭이를 키우려면 면허가 필요하다. 스페인의 경우 1990년에서 2008년까지 89건의 영장류가 압수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불법유통 되었고, 학대 받았으며, 사육조건이 열악했다. 이들 대부분은 자해를 하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등 신체적, 행동적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한다.
영장류 멸종의 주요 이유는 환경악화에 따른 서식지 파괴, 밀렵, 식용과 애완용으로의 유입이다. 바바리 마카크(학명: Macaca sylvanus) 원숭이는 현재 야생에 5000~6000마리가 남아 있다. 지난 30년간 80%가 줄어든 셈이다.
영장류 거래 산업과 연관된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번식, 사육해 거래하는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하는 주장이 무색하다. 한 업자는 외국에서 수입한 종들 대부분 원산지 증명서 등 서류가 확실하지 않아 사실상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들어온 것인지 확인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방이 최선이다. 엄격한 법과 기준을 가지고 개인의 소유과 상업적 이용을 막아야 한다.
RSPCA는 'Do you give a monkey?'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제안한다.
"사육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야생에서 왔건 혹은 사람 손에서 태어났건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영장류는 영리하고, 지능이 높고 수명이 길다. 또한 무리생활을 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자의식이 있고 과거 자신의 경험을 통한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더욱 고통을 느낄 수 있다. 동물실험에 영장류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비윤리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특정한 법률이 없어 사실상 가게와 인터넷을 통해 (영장류가)거래되고 있다. (영장류는) 지능이 높고 의식이 복잡하여 아무리 시설이 좋은 동물원이라도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은 말할 것도 없다. RSPCA는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497통의 영장류 사육관련 상담전화를 받았다. 매년 50통 정도의 전화를 받는데 개와 고양이보다 4배에서 12배 높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는 영장류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말해준다. 사회적 동물인 영장류는 애완용으로 키워지기 위해 어릴 때 혼자 떨어져 지내게 된다. 어릴 때 가족과 분리되어 혼자 지내는 경우 심각한 우울증에 걸려 자해를 하거나 몸을 흔들고 머리카락을 뽑는 등의 이상행동을 하게 된다. 원숭이들은 대부분 어릴 적 엄마에게 깊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서 새끼 때 일찍 엄마로부터 떨어지면 장기간 정신적 손상을 입게 된 이후 아무리 사람이 돌봐도 비정상적 행동을 하거나 번식을 못하거나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온라인 광고상에 나온 원숭이들은 대부분 (생후) 9주에서 12주 사이의 나이에 시장에 나오게 된다. 넓은 공간에 다양한 행동이 자유롭게 가능하도록 배려해야 하나 대부분 새장같이 좁은 곳에 가둬두거나 창고 헛간 같은 공간에서 발견된다. 학대받은 영장류를 보호하고 있는 곳에서는 종종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져 있거나 치아가 썩어 있는 마모셋이나 타마린을 발견하기도 한다. 햇빛을 보지 못해 뼈가 성장하지 못하거나 신체적 문제, 면역력 결핍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원숭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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