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전저요오드식 이전 마지막 만찬으로 배추전을 실컷 먹었다.
강상오
나는 70대 노모와 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부터 6.25까지 직접 겪은 터라 '밥'에 대한 애착이 크신 분이다.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겠지만 자식의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볼 때가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다 다이어트라도 한답시고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면 어쩔 줄 몰라 안절 부절 못하시는 분이 우리 어머니다. 자식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지낼 걸 생각하니 걱정이 많이 되셨나보다.
저요오드식에 들어가면 금지 식품 목록을 보면서 먹을거리를 준비해도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계란을 먹지 못하게 하는데, 단순히 계란만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계란이 함유된 빵도 먹지 못하는 것이다. 천일염을 먹지 못하니까 천일염으로 담근 간장이나 고추장 등을 다 먹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공 식품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어머니 생각에 먹지 못하는 재료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만들어 주는 음식에도 먹으면 안 되는 재료가 들어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 번은 당면과 국수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어머니는 국수는 '밀가루', 당면은 '전분가루'로 만든 면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 분명히 국수에는 밀가루 이외에도 소금도 들어가고 당면에도 전분가루 이외에 소금이나 다른 첨가제도 들어 간다. 그런 부분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그래서 어머니가 지금 만들어 주신 음식은 먹지 못한다고 말씀 드리면 당신이 기껏 생각해서 만들어준 음식을 못 먹는다고 투정부리는 것처럼 받아 들이시면서 서운해 하셨다.
이렇기에 저요오드식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한 저요오드식 기간에는 신지로이드를 비롯해 테트로닌조차도 복용을 하지 않고 완전히 끊는 기간이라 신지로이드 중단에 따른 부작용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몸이 힘들어지면 모든 것이 짜증나게 마련인데 '힘드니까 그냥 내버려 둬 달라'고 말씀 드려도 눈 앞에 있는 '자식이 굶고 있다'는 생각에 계속 안절부절 못하셨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에 나는 더 힘들고 짜증이 났다. 어머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차피 그런 환자에게 보호자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걱정한답시고 계속 보채고 확인하는 게 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 그럴 땐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다이어트 할 때도 먹고 싶은 거 못먹고 잘 참으면서 살아왔는데 뭐...'라고 쉽게 생각 했었는데 신지로이드 중단 부작용과 저요오드식이 합쳐지니 내 예상과 달리 너무 힘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속이 울렁거리고 미식거려 평소 먹던 저요오드식단의 음식을 먹으면 토할 것만 같았고 얼큰한 국이나 찌개라도 먹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오롯이 그냥 견디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저요오드식을 시작하기 하루 전날 저녁. 어머니와 함께 배추전을 구워서 실컷 먹었다. 달달한 겨울 배추에 부침가루를 묻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구워낸 배추전. 나는 배추전을 처음 먹어보는데 농담 삼아 어머니께 '배추전 장사하자'고 할만큼 맛이 좋았다. 저요오드식을 시작한 뒤 힘들 때 어머니의 배추전과 묵은지로 끓인 김치찌개가 너무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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