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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한 사람, 쿠라바크 국립공원이 좋아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강진
다음날 서두르지 않고 일어나 평소처럼 베란다에서 아침을 마주한다. 매일 보아도 좋은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간단한 점심과 커피를 준비하고 길을 떠난다. 가까운 곳이라 금방 도착했다. 자그마한 전형적인 시골 동네의 모습이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 후 뒤에 있는 쿠라바크 국립공원(Coorabakh National Park)국립공원으로 향한다. 호주의 대표적인 동물인 코알라가 좋아한다는 유칼립투스(Eucalyptus) 나무로 울창한 산이다. 전망대가 있다는 이정표를 따라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운전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높은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가 온 퍼시픽 하이웨이(Pacific Hwy)와 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자연스레 시원한 풍경을 사진기에 담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묵직한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다. 주차장에 자동차가 없어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뜻밖이다.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는다. 이곳에 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시골 사람들은 참 순박하다.
눈 아래 내려 보이는 넓은 목초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을 가리키며 자기가 사는 동네라고 한다. 시드니에서 살다 퇴직한 사람이다. 이곳까지는 걸어서 왔다고 하며 이곳이 좋아 종종 찾는다고도 한다. 배낭 하나 메고 혼자서 산을 즐기는 사람,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수백 길 낭떠러지 위에 있는 바위에 망설임 없이 올라가 포즈를 취한다. 무섭지도 않은 모양이다. 하긴, 우리와 함께 온 사람도 조심스럽게 바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긴 했다, 같이 온 남편은 올라갈 엄두도 못 내는데...
또 다른 전망대를 찾아 산길을 운전한다. 뉴비즈(Newby's Lookout)라는 곳이다. 이곳은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새로 만들어 놓은 난간에 기대어 풍경 속에 잠시 빠진다. 깎아지른 낭떠러지 옆으로는 숲이 울창하다. 오래전에 화산에 의해 생긴 지형이라고 한다. 땅이 비옥해서 그런지, 아니면 요즈음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숲에 싱싱한 푸름이 가득하다.
전망대를 떠나 집 쪽으로 방향을 잡고 운전한다. 폭포가 있어 잠시 들린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낙차가 크지는 않으나 주위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폭포다. 신선이 있다면 이런 곳에서 지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말하는 신선놀음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소다. 짧은 산책 코스를 자연과 하나 되어 천천히 걷는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 아무리 들어도 매력적인 말이다.
하루를 끝내며 집으로 향한다. '마음껏 멍한 삶을 살고 싶다'는 어디선가 읽은 글귀가 생각난다. 머리 굴리지 않는 삶,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그려본다. 조금은 어수룩하게 사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조금 전 바위에서 카메라를 향해 밝은 웃음을 보냈던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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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바닷가 도시 골드 코스트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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