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울산 남구'... 왜 무상급식 요구하나

[전망] 울산 남구 주민들의 무상급식 '주민청원', 그 파장은?

등록 2015.06.24 14:30수정 2015.06.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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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주민들이 지난 23일 "남구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며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주민청원 서명운동 등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관련 기사 : 선별급식에 화난 울산 남구 주민들, 주민청원 나서)

추진위에 따르면, '울산 남구 모든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시 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 구성원들은, 대부분이 그동안 시민단체 활동 등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학부모들이라고 한다.

울산 남구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곳이다. 울산지역 5개 구군 중 인구가 30만 여명으로 가장 많으며, 그동안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선출됐다. 지난 수년 간 울산이 무상급식 전국 최하위를 유지해도 이렇다 할 주민들의 움직임이 없었다. 특히 남구청이 올해 기초지자체의 무상급식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을 때도, 지역 주민들은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울산 남구 주민들이 무상급식을 요구하고 나선 이날, 공교롭게도 올해부터 무상급식이 중단된 경남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활동이 시작됐다.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지난 23일 경남 18개 시·군별 대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다.

경남 구성원 중 한 명은 이처럼 도지사 주민소환을 시작한 것에 대해 "그동안 무상급식 원상복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봤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홍준표 지사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아집과 불통의 상징인 그를 더 이상 도지사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보수성향이 강한 울산 남구에서 평범한 학부모들이 '전원 무상급식'을 요구하며 실력행사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로 지역 내에서는 어떤 파장이 일까.

울산 남구 주민들, 선별급식 원칙 무너지자 실력행사 나서


a  울산 남구지역 주민들이 23일 오전 11시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 남구 모든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시 추진위원회' 발족을 알리고 있다. 이들은 주민 청원 서명 운동 등 활동을 시작했다.

울산 남구지역 주민들이 23일 오전 11시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 남구 모든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시 추진위원회' 발족을 알리고 있다. 이들은 주민 청원 서명 운동 등 활동을 시작했다. ⓒ 박석철


울산 남구 주민들이 무상급식 청원에 나선 것은 그동안 침묵으로 묵인해왔던 선별적 무상급식의 원칙마저 깨진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남구 주민들은 그동안 경계지역에 있는 울주군 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시행되는 것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일부 젊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무상급식을 위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인접 울주군 학교로 입학시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두 곳 중 남구 학교가 비는 대신, 울주군 학교에 학생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울산시교육청은 부랴부랴 남구 전체 30개 초등학교 중 문제가 발생한 2개 학교에만 한 학생당 연간 40만 원, 약 3억5000만 원의 무상급식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학부모들을 설득시키면서 고수해오던 선별적 무상급식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었다.


추진위측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에는 주민들이 균등하게 행정의 혜택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어, 우리는 법을 지키라고 나선 것"이라며 "현재 남구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 많은 사람이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남구 주민들은 정치권을 겨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주민은 "일부 정치인들이 '공짜 밥은 질이 떨어진다',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공짜 밥은 맛이 없다', '무상급식은 가난한 아이들만 먹으라'고 한다"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나"고 지적했다.

남구 주민들은 당장 24일 오후 남구지역 번화가인 공업탑로터리 주변에서 주민들에게 무상급식 실상을 알릴 예정이다. 또 앞으로 아파트단지와 각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만나며 '무상급식' 여론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 여론전이 시작된 것인데, 이 불똥이 남구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바로 울산 무상급식 최하위 진원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주민청원,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 미치나

울산을 무상급식 불모지로 만든 장본인은 3선을 지낸 박맹우 전 울산시장(현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이라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 전국적으로 무상급식 열풍이 불던 지난 2010년을 전후로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수년 간 무상급식 예산을 '0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누리당 지도부나 박맹우 의원 자신이 여전히 무상급식을 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이 '전원 무상급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된 후 그해 연말,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추진을 칭찬하면서 아예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타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경남에서 무상급식 중단으로 논란이 거세던 지난 3월 13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결정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그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제라도 그간 도출된 문제점을 분석해 보편적 무상급식을 재설계할 때가 됐다"며 무상급식 전도사임을 자처했다.

지난 3월 울산에 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무상급식 광풍이 불 때 박맹우 당시 울산시장이 유일하게 무상급식을 제대로 안 따라갔다"며 "울산을 벤치마킹한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또한 현재 남구 주민들의 요구와는 동 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보수성향의 지역정서를 등에 업고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어 온 데다, 내년 총선에서 남구에서 재선을 노리는 박맹우 의원. 그와 새누리당에게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남구 주민들의 무상급식 운동이 어떤 영향이 미칠지 사뭇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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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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