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실패' 인정 박 대통령, 개각으로 새출발?

메르스 사태 종식 후 문책 조치 이어질 듯... "대응 과정 전반 되짚을 것"

등록 2015.06.24 18:18수정 2015.06.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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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있다.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겪는 낙타에서 시작된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대비가 부족했고 그 유입과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를 다시 한 번 인정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 때와 지난 5일 국립중앙의료원 방문 당시 미흡했던 정부의 초동 대응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 해외전문가 간담회에서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해외 신종 감염병 유입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방역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또 국제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아울러, "현재 정부는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하면서 메르스 종식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앞으로 메르스가 종식되면 전문가들과 함께 대응 과정 전반을 되짚어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또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인정하고 메르스 사태 이후 그와 관련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황교안 국무총리도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메르스 확산 책임과 관련)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하고 그렇게 조치하겠다"라며 "사태가 정리되면 정부나 병원의 조치에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뜻은 결국 주무장관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보건당국에서 (2차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냐", "신속하게 진단해야 하지 않나" 등 질문을 쏟아내며 문 장관을 '압박'한 바 있다.

문 장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문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전에 메르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단순 매뉴얼에 맞춰 조치하다가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라면서 "어떠한 이유로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문형표 찍어내기'보다 중폭 개각 통해 '새 출발' 강조할 듯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해 "조기에 빨리 안정시키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오른쪽은 황교안 국무총리.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해 "조기에 빨리 안정시키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오른쪽은 황교안 국무총리.남소연

다만, 문 장관만 '찍어내는' 경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장관만 '불명예 퇴진' 시키는 결정보다 문 장관을 포함한 중폭 개각을 통해 국정운영을 다시 새롭게 다잡는 모습을 국민께 보이는 것이 낫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가장 먼저 고려되는 개각 대상은 아무래도 '정치인 장관'들이다. 차기 총선이 10개월 남짓 남은 점을 감안할 때, 지역구 관리 등을 위해서라도 국회로 복귀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각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등 5명의 '현역 의원 장관'이 있다. 이 중 유기준·유일호 장관의 입각 시점이 올해 3월인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세 장관의 거취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메르스 사태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역시 개각 대상으로 꼽힐 수 있다. 특히 박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안전처는) 메르스 대응을 제대로 했다"라고 주장했다가 의원들의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정부 책임자로서 국민에 송구한 자세를 가져달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개각 여부와 함께 주목 받는 것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여부다. 여권에서조차 공공연히 대국민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초기 실패부터 되짚어보면서 대통령 사과를 포함해 우리 사회 모든 부분이 각자 철저하게 반성문을 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이날 오전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대통령께서 직접 사과는 아니지만 (방미 연기를 통해)1차적으로 간접 사과는 했다고 본다"라면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사과에 대해선 "이런 모습은 정부가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메르스 사태 종식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메르스 사태와 관련,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메르스 퇴치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박근혜 #메르스 #문형표 #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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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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