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학교 전경
수원대
이 판결은 오늘날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의 천문학적인 적립금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으로 볼 수도 있다. 주지하듯, 적립금의 재원은 학생들의 등록금의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대학의 설립·경영자는 교육법과 교육기본법이 요구하는 교육시설 등의 확보의무를 다하여 학습자의 학습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영세한 사립대학의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인적 물적 요건을 충족해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제한다면 이월적립금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또한 이 판결은 대학의 상업화 현상에 대한 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대학의 교육비 환원율이 100%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등록금 수입에 비해 턱없이 적은 교육비 지출을 통해서 이월적립금을 발생시킨다는 것으로, 적립금은 사실상 '영리'를 의미한다. 이는 학교법인의 '비영리법인'의 성격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업화 현상을 묵인한다면 고등교육의 공공성은 물론 공공기관인 대학교의 공공성이 침해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이 판결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고등교육 관련 법적 분쟁에서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판결의 문제점과 올바른 법리
그럼에도 이 판결은 아쉬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근거 법리가 불명확하다. 1심 재판부는 부실한 교육서비스의 판단 기준으로 '수인한도(타인에게 생활의 방해와 해를 끼칠 때 피해의 정도에서 서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제시하고 있다. 즉 교육서비스가 너무 부실하여 입학 당시 학생들이 가졌던 기대를 현저히 저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인한도 이론의 적용은 교육재정에 대한 법리가 불투명하다는 전제 아래 사용된 '최저기준'일 뿐이다. 그래서 몇 푼 안 되는 비용(과소배상)을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수원대는 미미한 액수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는 것으로 엄청난 적립금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얻은 꼴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법리상의 문제는 이전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5.1.27. 선고 2002다48412, 사립학교 부실운영에 따른 배상 판결)을 추종한 데에 기인한다.
이 판결에서 누락한 부분이 있다면 대학생과 학교의 법률관계에 대한 성질을 파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판결이나 이 판결의 근거가 되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2다48412)은 사립학교법 등의 여러 규율(사립학교법 제29조, 제32조의2, 제32조의3, 교육기본법 제16조, 대학설립운영규정 제4조, 제6조, 제8조 등)은 손해배상 사건에 적용되는 법규범의 전체로, 또한 공적 관리의 규율로만 이해하여 수인한도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는 완벽한 오해이다.
학생이 사립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발된 학생과 학교 사이의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말한다. 통상 재학계약은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계약 내용을 학생 측이 포괄적으로 승인함으로써 성립한다. 따라서 부합계약(다수의 당사자가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정형화된 계약서에 당사자가 계약서의 내용을 인지하고 서명을 함으로써 합의가 이루어지는 계약)의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이러한 부합계약의 주요 내용은 학교의 학칙에 규정되어 있다. 물론 학칙의 상위규범인 헌법과 교육관련 법령도 포함되지만 이는 이차적인 것이다. 일차적인 것은 학교와 학생의 법적 관계가 계약으로서 민사법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사법상의 계약법리일 것이다.
계약법리에 의하면 대학은 학생이 납부한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명시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당연히 전제되고 있는 것이다. 통상 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을 위한 홍보를 할 때 최고의 교육서비스를 약속하고 있다. 이 최고의 서비스란 학생이 납부한 등록금을 상회하는 반대급부를 의미한다. 따라서 교육비 환원율이 100%를 넘지 않는다면 이는 민법상의 불완전 이행에 해당하며, 구체적인 재산상의 손해로서 배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해석의 뿌리는 '교환의 등가성'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교육상의 법률문제를 민사법과 공법의 이중적 법관계로 보는 시각을 극복하고 헌법 제31조 제1항 국민의 교육권을 정점으로 한다면 더 바람직한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대학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