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음압격리병실에서 한 메르스 치료 의료진이 통제구역 밖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공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진은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당장 지원이 없다. 그러나 의료진의 부족, 장비와 시설의 부족 외에 공공의료기관을 주로 이용하는 환자들이 받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이번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자, 메르스 확진자를 치료할 병원이 부족했다. 그래서 먼저 병상을 비운 곳이 공공의료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공공의료기관은 평상시에는 비어있던 것일까? 국립중앙의료원 같은 경우 주로 저소득층 환자들이 입원치료 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에이즈 감염자나 결핵 감염자는 일반 민간 병원의 기피대상이어서,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시립 서북병원 등에서 주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결핵은 공기감염이라서 초기 활성기에는 음압 시설 등 격리시설이 요구된다. 이번 사태에서 보았듯이 한국은 민간대형병원들(대표적으로 삼성서울병원)조차 음압병상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공기감염인 결핵환자 입원치료는 다른 환자들까지 감염시킬 위험 때문에 기피대상이다.
물론 이런 환자의 대부분이 가난해서 제대로 된 영양섭취를 못 하거나, 위생 상태가 극히 나빠 결핵에 걸린 경우다. 즉 가난한 환자들이기 때문에 민간병원에서는 입원치료를 꺼리고, 비보험치료가 당연한 옵션인 민간병원에 갈 수조차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에이즈환자와 결핵환자들은 병원을 전전하다가 공공병원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이들을 쫓아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에이즈인권단체들은 이런 상황을 호소했지만, 메르스 전염의 중대성에 비추어 제대로 부각되지도 못했다.
대규모 군사공격에 따르는 민간인 피해를 뜻하는 미국 군사용어인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아래 부수적피해)가 이번 '메르스 확산'에서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엉망이 된 대한민국 의료체계, 정부 책임가난한 환자들이 주로 입원했던 이들 공공병원들에서는 다른 일도 벌어졌다. 이들 공공병원이 확진자나 격리자 치료를 하는 병원이 되면서, 기존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 중 타 질환 치료를 위해 타원으로 이송돼야 하는 이들도 제때 병원에 가지 못했다.
공공의료기관이 대형병원처럼 모든 질환의 치료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립서북병원만 해도 수술치료가 불가능했고, 중환자실이 없어 중증질환은 치료할 수 없었다. 공공병원에서는 암수술 같은 중증수술이나, 중환자치료가 대부분 쉽지 않다. 이는 공공병원을 극빈자들의 만성치료에 적합하게 축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대형병원에 입원했다가도 메르스에 의한 부수적 피해를 입은 경우도 수없이 많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메르스 치료 및 격리 때문에 의료진이 부족해서 강북서울병원의 의료인력 지원을 받았다. 즉 메르스와 관련 없는 중환자들이 격리로 인한 의료진 부족사태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을 수 있다.
또한 병원들의 부분 및 전면폐원으로 수많은 외래환자들이 외래처방을 자제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았다. 제때 복용해야 하는 항혈전제를 처방받지 않고 며칠 버텼다가 뇌졸중이 온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수술 예약이 연기 되서 증상이 악화되고, 예후가 나빠진 경우도 많았다.
물론 이런 경우들은 앞서 본 공공의료기관에 입원했다 날벼락을 맞은 경우와 달리, 대부분 삼성서울병원으로 대표되는 대형 기업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로 인해 받은 피해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제대로 된 의료체계가 없고, 공공의료기관이 많지 않다 보니 부수적 피해가 크게 발생한 점은 동일하다. 그리고 이런 피해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범위와 책임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이다. 결론이 민간병원 중심의 의료체계이건, 공공병원의 부족이건 정부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차상위 약값 부담 가중시키겠다는 정부, 대체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