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 (사진·글 김영갑 / 펴낸곳 다빈치 / 2015년 6월 27일 / 값 2만 2000원)
다빈치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사진·글 김영갑, 펴낸곳 다빈치)은 제주도를 찍다 제주도에 뼈를 묻은 사진작가 김영갑이 기다림으로 찍은 사진에 바람 같은 영혼으로 글을 쓴 사진집입니다.
태고의 전설 같은 사진에는 지고지순한 기다림이 담겨 있고, 디딤돌처럼 듬성듬성 들어가 있는 글에는 만고풍상을 이겨낸 고목에 나있는 나이테 같은 울림이 있습니다.
책에는 제주도가 들어있습니다. 제주도의 사계, 봄·여름·가을·겨울도 들어있고, 봉긋봉긋한 오름들이도 들어있습니다. 제주도에 불던 바람도 들어있고, 제주도에 내렸던 눈도 있습니다. 그가 담아낸 바람은 만년풍이 돼 멈추지 않고, 그가 담아낸 눈은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이 돼 담겨있습니다.
내가 사진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다.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다.최고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삽시간의 황홀이다.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 104쪽-그는 전설처럼 떠다니는 빛을 담으려 했고, 바람과 구름과 비와 안개까지도 담으려 했습니다. 갈대밭에 놓인 가르침을 담으려 했고, 갈대밭에서 부는 속삭임도 담으려 했습니다. 그는 담아냈습니다.
오름을 더듬는 햇살은 노출이라는 붓질로 주워 담고, 들판을 거니는 바람은 셔터속도를 비질해 담았습니다. 구도로 담고, 색감으로 담고, 음영으로 담고, 초점으로 담아낸 그의 사진엔 한숨 소리 같은 깊이와 통곡소리 같은 울림이 있습니다. 오름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영혼이 덩달아 흔들리게 되는 망막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한 줌의 재가 돼 제주가 된 김영갑루게릭병으로 근육이 점차 주저앉는 순간에도 그는 오름을 응시했고 바람을 잡았습니다. 셔터를 누를 힘조차 털썩 주저앉았을 때, 그 또한 한줌의 재가 돼 제주도에 고이 잠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