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몸에 좋다?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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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학생 시절, 옆집에 살던 열댓 살 많은 누님은 내가 하교할 무렵이면 대문 앞에서 담배 한 대를 참 맛있게 피우셨다. 머리도 좋고, 성격도 올곧아서 조리 있게 옳은 말을 따박따박 하는 품이 어린 나이에 참 멋져 보이던 누님이었다. 어느 날, 하굣길에 나는 건넛집 형님이 커피 한 잔을 내밀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저는 담배 말고는 몸에 나쁜 거 아무것도 안 해요."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거절하던, 그녀의 모습은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뇌리에 박혀있다. 커피는 세계적으로 1년에 약 6천억 잔이 소비되는, 매우 대중적인 음료임에도 그간 건강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커피는 정말 건강에 해로운 걸까?
그 인기가 대단한 만큼, 커피와 건강에 관한 이야기는 종종 매스컴에 등장한다. 해롭다고도 했다가, 이롭다고도 했다가, 또 어떤 보도에서는 별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한다. 실제로 커피와 암, 커피와 여러 질병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수의 연구가 최근에 이르기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암협회의 공식 사이트에서는 커피와 암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만 1000개가 넘는다고 이야기한다.
학계를 포함해 여러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사인 커피. 커피는 과연 몸에 좋은 것일까, 아니면 그 어두운 색깔에서 연상되듯, 해로운 것일까.
커피가 암을?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협회의 2007년 보고서에서는, 커피는 발암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가암정보센터의 질의 응답에서도, 암 발생과 커피 섭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 높인다, 영향이 없다는 등 다양한 결과가 보고되고 있으며 커피와 암과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더욱 최근에 발표된 보고에서는 커피에 관해 유익함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21개의 연구, 백만 명의 인구를 통합해 분석한 2014년의 한 메타 분석에서, 하루에 4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사망률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인구에 비해 사망률이 16% 낮았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근 이뤄진 커피와 암의 관계에 대한 분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연구에서는 커피 복용이 암의 발생을 높이는 것 보다는, 무관하거나 혹은 발병률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커피 음용이 발암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암으로는 유방암, 구강암, 간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등이 있다).
커피의 음용이 발암률을 높이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던 암으로는 폐암, 방광암이 있다. 폐암의 경우, 한 메타 분석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폐암 발병률이 28%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됐으나, 비흡연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22% 감소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와, 폐암의 증가는 담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광암에 대해서는, 2001년에 발표된 메타 분석에서 커피 음용자의 방광암 발병률이 1.2배 정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역시 흡연에 의한 영향, 카페인 용량과 발암률 간의 무관함 등을 이유로 실제로 발암률을 높인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이를 종합해 미국암협회와 세계암연구재단의 웹사이트에서는, 최근 업데이트에서 커피와 암과의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수정했다. 2007년 보고서에서 암 발생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최근의 결과에서는 자궁내막암과 간암에 예방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항암 혹은 발암과의 연관성 4단계 중, 2등급으로 분류했다).
커피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발암과 관계가 없거나 일부 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의심됐으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커피가 대부분의 암의 원인이 아니며 오히려 일부 암에서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섣불리 커피가 '항암물질'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조심스러우나, 커피로 인한 암의 위험성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커피는 암 말고 다른 질병과도 관계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