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중심 키워드 지도 속의 '자존'과 연관 개념들
사회혁신 공간 데어
그렇다면 도대체 자존감과 존엄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어떤 경우에 자존과 존엄을 요구할까? '정의론' 저자로 유명한 존 롤스는 자존감을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자존감(self-respect)을 두 가지 측면을 갖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첫째로 그것은 인간이 갖는 자기 자신의 가치관, 자신의 선에 대한 자신의 관점 및 자신의 인생 계획이 실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데 대한 자신의 확고한 신념 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둘째로 자존감은 자신의 의도를 성취하는 것이 자신의 힘에 닿는 것인 한에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포한다."그는 자존감을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 소득 등과 함께 모든 시민에 제공되어아 할 기본재라고 적시한다. 롤스의 정의론을 역량이론으로 더 발전시킨 노벨 경제학 수상자 아마티아 센은 자존, 혹은 존엄에 대해서 이렇게 강조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여러 사례 - 계급, 카스트, 인종차별, (불평등한) 사회적 기회, 경제적 자원배분과 관련된 - 역시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발전은 1인당 국민총생산의 성장뿐 아니라, 인간 자유와 존엄성의 확대까지도 의미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사례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까닭은,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하지 않고, 동시에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저지르는 것에 있습니다."(<센코노믹스>, 갈라파고스 출판사)사실 우리의 현실을 둘러보면 앞서 인용한 사례 이상으로 사회 활동의 도처에서 자존과 존엄이 무시되고 위협받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입시지옥에서 허덕이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자존감'이며, 스펙 경쟁과 취업 경쟁에 몰입한 청년들은 끊임없이 '존재감'에 대한 질문을 강요받고 있다. 이른바 '잉여사회'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청년들이 사회적 잉여로서 취급받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30, 40대 우리 사회의 허리를 담당하는 세대들의 경우, 불안정한 경제적 사회적 지위로 인해 일상 활동에서 각종 모멸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은퇴 후의 노년은 불안정한 노후 여건 속에서 존엄하게 생을 마무리할지 확신하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전 세대에 걸쳐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심 척도인 존재감, 자존감, 존엄은 일상의 도처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괜히 개인들과 시민들이 자존과 존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자존과 존엄'이 최고의 키워드로 지명된 이유도 여기에 있고 긴축으로 고생하는 유럽의 시민들이 다시 존엄하게 살 권리를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못 사는 걸 증명하라? 이제 '존엄이 있는 복지'를 말할 때 사실 자존과 존엄은 단순한 개인적 감정과 정서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가치의 사회적 확인 과정이며 따라서 사회적 정의의 문제로 연결된다. 이것은 자존과 존엄이 우리 사회의 노동과 복지, 교육 등 주요 경제 사회정책을 펼 때 매우 강력한 준거 틀이 될 것임을 말해준다.
이런 점에서 "품위 있는 사회에서는 복지가 인간성에 대한 모욕의 회피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고 한 일본 사회학자 사이토 준이치의 제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즉, 사회적인 문제의 해결에서 단지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의 존엄과 정신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이 짜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은주 교수는 그의 저서 <생존에서 존엄으로>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는 복지를 단순히 물질적 재화 그 자체의 평등한 분배문제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복지 문제는 다름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기-존중을 누리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물질적 조건의 사회적 보장과 관련된 문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차기 버전의 복지정책 방향은 '자존과 존엄이 있는 복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의 복지 시스템은 시민들을 동정이나 자비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모든 요소들을 없애 시민들이 복지를 누리면서 수치심과 모욕감을 갖게 하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