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해서 생활비도 못 버는 쓰레기 내 인생쓰레기 봉투에 들어가는 일은 어려웠다. 그리고 땀이 나고 더워 안쪽에 김이 서렸다.
이가현
우리는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원래는 여의도역 안에서 하려던 시위를 국회의사당 앞에서 하기로 했다. 다들 '청년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정작 청년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내년도 최저 임금 심의 기간에는 침묵하고 있는 국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신들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침묵하고 있을 때 청년 알바 노동자들의 삶은 더 초라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거대한 국회의사당과 대비해 초라한 우리의 모습이 더 돋보일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쓸모없는 사람을 '쓰레기'라고 표현하곤 한다. 시간 당 최저 임금 5580원을 받고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힘들다. 우리를 이렇게 쓸모없게 만드는 것은 결국 너무 낮은 최저 임금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에 공감하고 이런 알바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쓰레기 봉투'를 떠올렸다.
사장들이 알바 노동자에게 최저 임금만 주면서 알바 노동자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도 있었다. '알바는 사람도 아닌가'하는 생각. 그래서 '알바해서 생활비도 못 버는 쓰레기 내 인생', '한 시간 일하고 만 원도 못 받는 나는 사람도 아니니 쓰레기통에나 들어가야겠다'는 내용의 피켓과 함께 쓰레기 봉투에 들어갔다.
쓰레기 봉투에는 들어가기도 어려웠다. 신발을 벗고 겨우겨우 도움을 받아 몸을 구겨 넣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고 온몸이 땡볕에 그대로 드러나면서 자꾸만 땀이 차기 시작했다. 봉투 안은 바람도 통하지 않아서 안쪽에 김이 서렸다.
살갗이 비닐에 달라붙어서 끈적였다. 우리는 스스로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중심을 못 잡고 넘어졌다. 혼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었다. 서럽기도 하고 '이렇게 알바 인생을 잘 표현하는 게 있을까'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