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잎에 맺힌 빗방울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잔뜩 날씨만 흐리고 비는 오는듯 마는듯 하다. 그래도 축축한 기운에 옥상텃밭은 한층 싱그러워진다.
김민수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긴 하겠지만, 이곳 서울은 가뭄이 심했다. 한강에 녹조가 창궐하니 이제나 저제나 장맛비가 한차례 힘차게 내려줄 것을 고대했건만, 장맛비가 가랑비만 못하게 찔끔거리며 내린다.
그래도 비가 내린다고 옥상 텃밭에 올라가 보니 채소들이 싱싱하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수돗물을 주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그들에겐 보약인가 보다. 토란잎에 맺힌 하늘에서 내린 비로 만들어진 비이슬, 수돗물을 줄 때 만들어진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비가 제법 세차게 내렸으면 이렇게 맺히지 못했을 것이다. 도둑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내리는 비가 야속하긴 하지만, 그래도 습기를 머금고 있는 공기만으로도 고맙다.
이렇게 비를 애타게 기다리다가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언제 그치나?'하는 게 사람이지만, 가물어도 너무 가물어서 비만 내려준다면 그런 투정은 사치인듯 할 것 같다.
초록의 빛만 보면 미칠 것 같이 좋았는데, 최근 한강의 녹조 현상을 목도하면서는 섬뜩하기도 하다. 같은 초록 생명이건만, 하나는 마치 인간을 위협하는 적처럼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옥상 화분에 준 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바쳐둔 바가지에도 녹조가 끼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썩기 전의 단계가 녹조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