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박물관 제2전시실 내 마련된 백제금동대향로 전시관에 불이 꺼져 있다.
김낙희
국립부여박물관(아래 부여박물관)의 얼굴이자 백제 문화의 진수라 꼽히는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아래 대향로, 1993년 출토)가 최근 충남 부여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부여박물관은 누리집을 통해 "대향로가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세밀가귀(細密可貴) 기획전에 출품됐다"라고 지난 6월 30일 밝혔다.
이 기획전에는 대향로를 비롯한 국보 21점, 보물 26점 등 140여 점이 전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여박물관의 이번 대향로 출품(6월 29일~7월 27일)으로 모처럼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서동연꽃축제(7월 10일~7월 19일) 준비와 관광객 맞이로 활기를 찾아가던 부여 지역이 관광 특수를 앞둔 시점에 찬물이 뿌려졌다는 지적이다.
지역주민 K씨(남·44)는 "세월호에 이어 메르스 여파로 부여 상권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그래서인지 세계유산 등재 확정과 서동연꽃축제가 겹친 지금을 상권이 조금이나마 살아나는 기회로 보는 지역주민이 많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여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은 부여박물관을 꼭 방문하는데, 그 이유는 대향로를 감상하기 위해서"라면서 "그런 대향로가 이 시기에 다른 국립박물관도 아닌 사설미술관에 전시된 것은 일반적인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더러 잔칫집에 찬물을 뿌린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 지역사학자는 "부여박물관의 이번 대향로 반출 과정에서 문화재관리법 등을 이행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라면서도 "이번 일은 자기 집 잔치를 벌이고 챙겨야 할 자식이 남의 집 잔치에 가서 놀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8일 <부여일보>는 부여박물관 측에 '세계유산 등재, 연꽃축제 등으로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판단되는 요즘, 대향로가 부여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어야 마땅한 데 왜 서울 삼성미술관에 출품됐는지' 등을 밝혀달라고 요청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부여군은 지난 4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 등재 심사를 최종 통과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지역주민 L씨(여·34)는 "지역 인구감소와 더불어 닥친 거대 자본의 침투로 인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던 시점에 세계유산 등재로 인한 관광 수요의 증가로 조금이나마 지역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정서를 대변하듯 부여 시가지 곳곳에는 지역 기관·단체 등의 등재 관련 축하 현수막이 내걸리며 그간 메르스 등 여파로 피해를 봐온 지역 주민들이 이번 관광 특수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대향로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과 나성 사이 사찰터에서 온전한 형태로 출토된 7세기 무렵 백제에서 만든 금동 향로로, 백제가 부여로 도읍을 옮기고 정치적 안정을 되찾은 뒤 백제인의 정신세계와 예술적 역량을 함축해 이룬 백제공예품의 진수라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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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간 '백제금동대향로'... "하필 이런 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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