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안의 45m 굴뚝에서 408일만에 내려온 해고노동자 차광호씨가 부인과 얼싸안고 있다.
조정훈
408일간의 굴뚝농성을 마친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차광호씨가 8일 오후 당초 내려오기로 한 시간보다 5시간 30분이나 지난 오후 7시 30분 대형 크레인을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밑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에게 5시간 30분은 408일 만큼이나 긴 시간이었다.
가랑비가 내리는 오후 차광호씨의 부인 이현실(44)씨와 아버지 차창수(78), 어머니 오정자(74)씨는 서로 손을 잡은 채 스타케미칼 정문 앞에서 굳게 닫힌 출입문을 주시하며 내려올 시간만 기다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과 시민단체, 구미지역 노동자 등 600여 명은 차광호씨가 무사히 내려오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 모여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내려오지 못하자 경찰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금속노조는 차씨가 내려올 경우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응급차를 이용해 노조가 지정한 병원으로 옮겼다가 경찰에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마련한 크레인 대신 노조가 마련한 크레인을 타고 내려와 노조원들과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이 이를 거부하면서 내려오지 못했다.
결국 노조가 마련한 대형 크레인을 타고 내려오는 대신 가족들과 잠시 만난 뒤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것으로 합의한 뒤에야 내려올 수 있었다. 75m짜리 대형 크레인은 전규석 금속노조위원장과 성정미 헤아림숲치유센터 대표를 태우고 올라갔고 차씨는 크레인이 올라간 뒤 30여 분이 지나서야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차씨는 크레인을 타고 내려오기 전 자신을 지지해준 노동자들과 시민들을 향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고 굴뚝위로 올라갔었다"며 "마지막 내려갈 때까지도 자본의 하수인들이 동지들을 가로막고 멀리서만 보도록 했다"고 격분했다.
차씨는 자신이 고공농성을 벌이면서 힘든 시간이 많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차씨는 "농성에 들어간 지 한달째 됐을 때 장모님이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자신의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고민이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