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는 경기도 학생들"... 이재정의 '재정' 걱정

[인터뷰①] 취임 1주년 맞이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록 2015.07.14 19:11수정 2015.07.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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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황명래

"아, 걱정이에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우리를 만나자마자 긴 한숨을 쉬면서 걱정거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생각하는 것은 교육 재정. 경기도가 전국에서 가장 교육환경과 여건이 열악하다는 이 교육감의 주장은 처음 제기된 건 아니다.

경기도의 교육비는 전국 최하위다. 전국 평균 학생 1인당 교육지원비가 736만 원인데 비해 경기도는 554만 원이며, 이는 전국 최고수준인 세종시(2190만 원)의 25.2%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가을, 경기 교육 재정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자료집까지 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교원 보정지수'도 경기도가 가장 크다. 보정지수는, 교원 배정을 위해 교육부가 교사 1인당 학생수를 기본으로 정한 뒤 교원 수를 가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지수가 크면 정원이 적어지고 지수가 작으면 정원이 많아진다.

경기 지역 중등교원 보정지수는 2.2로 특별시인 서울 0.7보다도 크다. 이 때문에 2014년 기준 경기도 중등 교원 1인당 학생수는 17.4명(국가 수준 기본 교원 수 15.2명)으로 과밀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도의 2014년 정원외 기간제교사는 6057명이나 된다. 또 중등 기간제교사수도 3815명으로 서울 600명, 다른 시·도 50∼400명보다 몇 배 많다.

이 교육감은 "교육부가 경기도에 불리한 보정지수를 적용해 교사 정원이 부족하고, 이를 기간제 교사로 충당하고 있는 게 경기도의 교육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재정 교육감이 말하는 '경기 교육의 현실'


지난 8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만났다. 이 교육감은 지난 1년 동안 "교육 자치와 자율성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를 갖고 씨름했다"라면서 "학생 중심과 현장 중심의 교육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 교육감은 경기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연정'으로 연정·교육자치 어려움을 해결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임용제도와 승진제도의 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교육감이 임명하던 교육장을 공모를 통해 선발하기로 했다.


이 교육감을 인터뷰하기 전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질문을 받았다. 학부모들은 일제고사 폐지에 대한 교육감의 생각을 궁금해 했으며, 학생들은 교복자율화를 요구했다. 이 교육감은 일제고사를 폐지할 용의가 있다고 확실한 입장을 밝혔으며, 교복자율화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원한다면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 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황우여 장관 6% 약속... 대체 언제적 이야기인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황명래

- 경기 교육 재정을 보면 경기도가 다른 시·도에 비해 차별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결 방안이 없을까요?
"저는 3세부터 5세까지의 누리과정을 전액 국고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안 되면 두 번째 방안으로 (부담을) 나누자는 겁니다. 어린이집(누리과정)은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쪽이니까 교부세에서 부담하는 거죠. 내년에 누리과정 총액이 4조1000억 원에서 4조2000억 원 정도 될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2조 원 정도 부담하고, 저쪽(보건복지부나 경기도)이 나머지를 부담하게 되겠죠."

이 교육감은 방안을 제시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 교육감이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쪽 인사를 만났을 때 이런 방안을 제시했지만 대답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경기도의 열악한 교육재정과 여건은 현재진행형이 되면서 이 교육감이 해결해야 하는 난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누리과정을 추경으로 편성을 해도 1080억 원을 편성할 수 없는 겁니다. 제가 교육부에 책임지고 해달라고 떠넘겼습니다. 1080억 원이면 큰돈이잖아요. 내년에는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해낼 건지. 결국 지방채 얻어서 하자고 할 텐데…."

-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이 악순환을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된다는 거죠. 근본적인 대책이 뭐냐, 내국세를 늘리는 거죠."

- 결국 증세를 해야 하는 건가요?
"증세가 아니죠. 과거에 받던 세금을 회복하자는 거죠. 예를 들면 법인세 같은 거, 무리하게 감세했던 것을 다시 회복시키자는 거지 증세는 아니거든요. 그 길밖에 없다는 얘기죠."

- 국가정책이 거꾸로 가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가 고민하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교육 재정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이전에 황우여 장관이 GDP 대비 6%까지 올리자고 했는데, 이게 언제적 얘기냐 하면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대통령이 내걸었던 선거공약입니다. 이게 지금까지 안 되고 있는 거죠."

이 교육감은 "올해 지방채를 빼면 교육재정은 (GDP 대비) 4.7% 정도로 알고 있다"며 "1997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우리의 교육재정이 그대로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육감은 교원 보정지수 자료를 인용하면서 경기도의 교육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교원 보정지수는 1지역군부터 5지역군까지 나뉜다. 경기도는 1지역군으로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가장 많다. 2지역군인 서울과 비교하면 현재보다 교원이 3000명이 더 늘어나야 한다.

"우리가 1만5000명의 기간제 교사를 쓰는 이유가 보정지수 때문입니다. 정원 외 기간제 교사가 6000명이죠. 교원 수를 못 받아서 기간제 교사를 쓰면 정부가 급여를 인정하지 않아 인건비를 교육청이 부담해야 합니다."

"남경필 도지사와 한 네 가지 약속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황명래

기간제 교사로 인한 부담은 학생들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교육감의 설명이다. 교원 수 부족은 교부금을 받는 데도 영향을 끼친다. 교부금 배분 기준에 교원 수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결과적으로 교부금을 적게 받는 상황이 되니, '빈곤의 악순환'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에서 교부금을 학생 수를 기준으로 나눠주겠다고 나서자 이번에는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시·군 교육청에서 반발하고 있다.

- 기준이 불공평해서 바꾸겠다고 하니 다른 시·군에서 반대한다는 거죠?
"(교부금을) 지금까지 잘 받았는데 경기도 때문에 줄어들게 됐으니 그런 거죠. 지금 저는 공공의 적이 된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파이는 하나인데 나눠주는 기준에 따라 경기도에 조금 더 올 수 있고 나머지는 적게 가는 거니까요. 우리가 학생 수로 따지면 전국의 26%입니다. 그런데 교부금은 21%가 왔거든요. 5% 차이인데, 대략 2조 원이 됩니다."

- 그 돈이 들어오면?
"어휴, 그러면 경기도 교육은 아주 괜찮아지는 거죠."

- 6월 30일에 취임 1주년을 맞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셨습니다.
"남경필 지사와 협약을 맺은 것 중 중요한 건 네 가지입니다. 정책적인 것과 사업적인 것을 서로 합의하기 위해 3+3 회의를 하자. 경기도청과 교육청이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부지사가 2명, 부교육감이 2명이라서 3+3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3+3+3까지 가자는 거죠. 도의회 의장과 양당 대표가 있으니, 3+3에 3을 더 해서 3+3+3 회의를 정례화해서 협의를 하자는 겁니다.

두 번째는 전입금을 적기에 전출시키기로 하자. 즉 법정전입금과 비법정전입금을 적기에 준다는 것이죠. 세 번째는 경기도의 행정자치와 경기도교육청의 교육자치가 연정 모델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경기도와 우리가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를 하는 거잖아요. 또 경기도 교육재정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교육 재정 확보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것도 있죠. 대단히 좋은 합의였다고 생각하고, 이걸 성공적으로 만들도록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 상당히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어느 교육청도 이렇게 한 데가 없어요. 경기도가 하나의 모델을 만드는 거죠. 남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이고 저는 지금은 정치적 배경이 없지만 소위 진보라고 이야기되는데, 그걸 뛰어넘어 교육의 본질을 위해 함께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것은 학생이나 학부모, 지역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을 겁니다."

☞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기사 보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남경필 #교육재정 #꿈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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