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개설된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김경년
"내가 30년째 작가로 활동하고 단행본으로는 책을 가장 많이 낸 작가인데, 언론이 날 소개할 땐 아직도 '여성작가'라고 소개하고 이혼 횟수를 꼭 맨 앞에 붙여요."공지영 작가는 14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개설된 성평등도서관 '여기' 개관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하고 "이건 폭력"이라고 개탄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 강금실 전 법무장관, 공지영 작가 등과 함께 진행한 '젠더토크'에서 사회를 본 배우 권해효씨는 '딸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서울시 성평등위원을 맡은 지 벌써 13년째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박 시장에게 예전에 맡았던 '서울대 성희롱사건(1993년 서울대 화학과 우아무개 조교가 교수였던 신아무개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발한 사건)'을 회상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시장은 "신문 가십란에 작게 나온 사건을 봤는데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우 조교를) '빨리 모셔오라'고 시켜 민사소송을 시작했던 것"이라며 "패소한 2심에서 포기하고 대법원으로 가지 않았다면 그 사건은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가 될 뻔 했다"고 당시 결혼까지 앞두고 있었던 우 조교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박 시장은 또 "당시 남성들의 지배적인 관념 속엔 장난 좀 했다고 해서 벌금 3천만 원(가해자 신 교수가 받은 벌금)이나 내야 하냐는 농담을 많이 했지만 성희롱이란 게 남성이 여성한테만 하는 것이란 건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호주제 폐지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강 전 장관도 이어 "잘못된 것을 지치지 않고 계속 문제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다 어느 시점에는 소송전략이 중요해지는데, 호주제 폐지에서는 위헌제청이 그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자신도 호주제의 피해자라는 공지영 작가는 "1999년 한 잡지의 요청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인터뷰하면서 호주제 폐지에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으나, 인자하게 미소를 짓더니 다음날 대구에서 '호주제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인터뷰해서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공 작가는 또 "재혼 후 아이의 성이 아빠와 달라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게 되자 신문 칼럼에 '동사무소 직원에게 돈을 주고서라고 성을 바꿔야겠다'고 쓰자 그제서야 유림이 '아이한테까지 피해가 있을 줄 몰랐다'며 그 부분은 양보하겠다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시대의 성평등 수준은 어디까지 와있느냐는 질문에 강 전 장관은 "작년 세계경제포럼(WEF) 공인 성평등지수가 2008년 이후 해마다 떨어져 전 세계 142개국 가운데 117위더라"며 "가족제도에서 평등을 많이 이뤘지만 아직 실질적 평등은 갈 길이 멀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