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줄임천장구조고구려 고분의 모줄임천장. 네모꼴 모를 조금씩 줄여가며 천장의 매듭을 짓는 양식.
최성원
다음으로는 고구려 고분에서 드러나는 양상인 '모줄임천장' 구조'가 있다. 한글 이름만으로는 그 구조가 쉽사리 와 닿지 않는다. 토박이말 '모'는 네모꼴을 이르는 '모 방(方)'자와 그 뜻이 잘 맺어진다. 따라서, 네모꼴 위에 작은 네모꼴을 엇갈려 얹어놓고 다시 그 위에 더 작은 네모꼴을 얹으면서 점점 줄어드는 양식으로 천장을 매듭지은 것이 '모(方)줄임천장'이다. 이제 머릿속에 잘 그려지리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다룰 국사 용어는 '고인돌'이다. 고인돌의 어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는가? 돌로 만든 무덤이니 돌(石) 뜻은 알겠는데 '고인'이 문제로다. 뭇 학생들은 언뜻 죽은 사람을 일컫는 '고인(故人)'을 떠올려 '죽은 사람의 돌' 즉 '고인(故人)돌'이려니 상상할지도 모른다.
먼저 한자말로 바꿔 접근해보자. 고인돌은 한자말로 '지석묘' 또는 '탱석'이라고 불린다. 지(支)와 탱(撐)은 나란히 '지탱하다, 떠받치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지'와 '탱'을 합쳐 '지탱'이란 말을 흔히 쓰지 않는가?
돌아와서, 고인돌의 '고인' 동사원형은 '고이다'이고 줄임말은 '괴다' 로, "턱을 괴고 앉아 있다"라든지 "장롱이 기우뚱하여 한쪽을 종이로 괴었다"와 같이 쓰인다. 다시 말해, 고인돌이란 '괸돌'이다. 두 덩이의 돌을 양쪽에 고이어(괴어) 그 위에 또 하나의 넙적한 돌은 얹힌 게 고인돌 아니었던가? 따라서, '고인(支撐)돌'로 표기 하면 좋다.
"제 나라 제 겨레의 쉬운 말글을 두고 어려운 한자를 쓰자는 주장은 터무니 없는 억지"라고 대차게 외치는 한자 병기 반대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잔무늬의 '잔'과 모줄임의 '모' 그리고 고인돌의 '고인'에서 보았듯, 순우리말에서조차도 한자 표기를 보충해야 비로소 이해가 빠르고 학습에 좀 더 효과적이지 않았던가? 하물며 한자말의 경우엔 어떻겠는가?
한자 병기가 한자 학습을 불러오고 그로 인해 사교육 부담과 아이들의 학습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도 사실 얄팍하다. 한자를 모르더라도 각주에 해당 한자의 뜻과 음을 인쇄해 넣으면 아무 문제 없이 교과서를 읽고 의미를 집어낼 수 있는 걸 앞서 보았다. 한자를 모를 경우 본뜻을 건너짚어 잘못 알게 되거나 뜻 짐작이 안 되어 무조건 암기하는 학습 태도를 갖는 부작용도 피할 수 있다.
현 어문정책은 각기 다른 성질의 토박이말, 한자말, 외래어로 구성된 우리말을 한글 표기만으로 오로지하매 학생들에게 혼동을 주거나 본뜻을 얼버무려 알도록 한다. 이제는 한자를 한글과 옆에 나란히 표기하여 그 뜻과 정체를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달하도록 하고 공부도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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