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KBS <뉴스 9>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리고 사안 자체를 조명하기보다는 여야간 정쟁이라는 틀에서 뉴스를 다뤘다. MBC <뉴스데스크>의 리포트 제목은 <진상조사위 구성.."정치 공세다">(15일), <여야 해킹 공방.."사용기록 공개">(16일)이다. KBS <뉴스9>의 제목도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북 대비용">(14일), <"87개 외국 IP에 사용"..대상은?>(15일)이다.
SBS도 마찬가지이다. 지상파 보도는 제목만 보더라도 TV조선 <뉴스쇼판> <"해킹 프로그램 구입…국민에게 쓴 적 없다">(14일), 채널A <종합뉴스>의 <국정원 "해킹SW 구입…북 테러 대비">과 오십보백보이다. 거의 대부분 국정원과 정부 측의 입장을 먼저 전하거나, 이번 사안을 야당의 일방적 공세로만 바라보고 있다.
이런 식의 보도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만일 주요한 정보를 TV에 의존해 획득하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의 문제는 상투적이고 진부한 여야 정쟁의 또 다른 소재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과 부인하는 쪽의 대립이 전제되므로 뉴스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기계적 중립이 미덕이 되고, 뉴스를 보는 사람은 늘상 싸우는 모습에 신물이 나게 된다.
국정원 나팔수 된 공영방송의 현실한편 이들 방송사에는 리포트 나열식 메인뉴스의 한계를 보강하기 위한 시사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에서도 관련보도라곤 7월 15일 RCS 해킹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를 소개한 KBS <시사진단>의 한 건밖에 없었다.
사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사안에 그치지 않는다. 국정원이 불법감청 프로그램을 구매해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수한 의문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국민의 입장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진상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정파적 언론이 아닌 공영방송이라면 당연한 책무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를 '정쟁'이라는 프레임에 넣어 보도하는 태도는 어떤 정치적 중립성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적어도 이번 국정원 해킹 관련 방송 보도는 극우적 성향의 종편채널과 차별성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과연 이들에게 '공영'이란 우산을 씌워놓고 수신료 인상을 거론할 필요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7월 18일 국정원의 RCS 운영 실무 직원이 자살하자 드디어 관련 리포트는 메인뉴스 톱으로 올라왔다. 다음날 KBS <뉴스9>는 뉴스 도입부의 주요뉴스 모음에서 <"내국인 사찰 없어"…해킹 의혹 공방 가열>라고 전한 뒤, 해당직원이 남기 유서의 내용을 보도했다. 사람이 죽어야 톱뉴스가 되는가 싶어 개탄스럽긴 하지만 그의 죽음으로 진실이 덥힐까 걱정되는 건 그동안 국정원 관련 보도를 접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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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나팔수 된 공영방송, 종편과 차별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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