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보고서' 작성 및 유출과정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이희훈
'출세에 눈먼 청와대 직원 2명이 대통령 동생을 이용했다'는 검찰의 '정윤회 문건' 수사 결과가 흔들리고 있다. 이 사건 핵심 인물, 박지만 EG그룹 회장 때문이다.
박 회장은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열린 '정윤회 문건'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지금껏 그는 법원의 출석 요구에 네 차례 불응했으나 7월 14일 재판부가 강제 소환을 위한 구인장을 발부하자 마음을 바꿨다. 다만 박 회장은 법원에 취재진 등을 피할 수 있도록 증인지원절차를 신청했고, 공판 당일 오전 10시 6분 재판부 쪽 통로로 조용히 입장했다.
1시간 반 동안의 증인 신문 내내 그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차분한 답변 곳곳에는 검찰 수사 주요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쟁점① 공소사실] 그가 받은 것은 '청와대 공식 문건'?이 사건의 피고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을 어기고,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지난 1월 5일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두 사람이 정윤회 문건 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공식 문건 17건의 원본을 비서 전아무개씨를 거쳐 박 회장에게 넘겼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1일 박지만 회장의 법정 진술은 검찰 수사 결과와 맞지 않았다. 그는 전아무개 비서에게 주로 구두보고를 받았으며 서류를 받더라도 A4용지에 내용을 정리한 형태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씨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받는 것을 알고 있었냐, 조응천 전 비서관이나 박관천 경정이 전씨에게 문건을 전달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냐"고 거듭 물었지만, 박 회장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자꾸 문건 얘기를 하는데, 저한테 (내용을) 확인하려고 (조응천 쪽에서) 전씨에게 문건을 줬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정식문건인지, 메모문건인지 모른다. 정식문건이라면, 제가 어릴 때 청와대에 있으면서 슬쩍 본 것들과 지금은 다르다는 느낌이라도 받았을 텐데, 그런 것도 없었다."검찰은 박 회장이 지난해 조사 때 '청와대 문건을 보고받은 적 없다'고 진술하다 전씨와 면담 후 '그건 맞다'고 진술을 바꾸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전씨가 면담 때 '문서를 갖고 온 적이 있다'고 하니까 '그 말이 맞나 보다'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제가 서류 17건을 다 봤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쟁점② 범행동기] 조응천·박관천, 박지만을 발판 삼아? "난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