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 선배가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좀처럼 울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래군 선배가 웃으면서 아마 당분간 못 볼 수도 있다는 농이 섞인 말을 했다. 그러면서 7월 27일부터 제주에서 있는 '2015강정생명평화대행진'은 함께 걸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희망을 나눴다. 래군 선배와는 전국 각지에 있는 농성장을 찾아가 지지와 연대의 '2012년도 전국평화대행진'을 함께 걸었다.
그 후로 제주에서 매년 열리는 강정생명평화대행에 함께 했다. 래군 선배도 걷는 걸 좋아했다. 아마도 그가 살아온 여정도 인권의 길, 평화의 길, 생명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게 아닐까. 그런 그를 구속시킨다는 것은 인권과 평화, 생명을 구속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가 더 헌법의 가치에 충실했는가? 오히려 국가가 헌법을 유린하지 않았는가?
9년이란 시간을 버텨온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반대 싸움
강정마을 상황을 봐도 그렇다. 불의와 거짓, 폭력과 탄압에 맞서 9년이란 오랜 기간을 버텨왔다. 그동안 세 번의 정부가 바뀌었고, 제주지사도 세 번 바뀌었다. 그간 정치권도, 사법부도, 언론도 강정의 진실을 외면했다. 그 누구도 오로지 마을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싸움에서, 강정바다를 지켜내고자 했던 강정주민들의 숭고함을 지켜주지 않았다. 오히려 진실을 감추고 거짓과 회유로 마을공동체를 무너트리고 말았다.
그동안 정권은 부당한 여론조작으로 도민들과 멀어지게 하거나, 날치기로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해 강정의 자연경관을 파괴했다. 불법적인 행정대집행, 구럼비 발파, 무려 20만 명이 넘는 공권력을 강정에 투입하여 진실을 말하는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을 연행하고 구속했다.
이로 인해 연행된 사람들이 700여 명, 그 중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이 600여 명, 그리고 부당하게 구속되었던 이들이 38명이다. 이미 확정된 벌금만 4억 원이다. 지금도 재판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벌금은 더욱 많아 질 것이다.
이 싸움도 박래군과 함께!
이 강정해군기지 싸움에 래군 선배도 함께했다. 강정마을 삼촌들을 볼 때마다 어찌할 줄 몰라 하던 그의 얼굴이 지금도 선하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사법부의 이번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 도주의 우려도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 진실을 밝혀내는 것, 희생자들을 기억하는자고 하는 것, 이것이 그렇게 중한 범죄인가? 한 참 잘못돼도 정말 잘못됐다.
박래군! 그는 언제나 민주주의가 유린당할 때, 인권이 탄압받고 있는 현장 어디라면 주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진실과 정의를 세우는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과 그 유가족과 늘 함께 했다. 그런 그를 쌍용자동차해고노동자들이 있는 곳에서,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밀양송전탑과 싸우는 할머니들이 있는 곳에서, 인권이 유린되는 모든 곳에서 만났다.
이제 래군 선배를 '2015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서 만나고 싶다. 만나서 함께 걷고 노랠 부르고 싶다. 인권을 석방하라! 평화를 석방하라! 박래군을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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