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공수된 포니, 드론-휴보에 '완패'

[현장] 과학창의축전에 미래 과학자들 북적... 70년대 '창조경제'가 옥에 티

등록 2015.07.28 17:45수정 2015.07.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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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공수한 '포니'도, 40년 넘게 생명력을 이어온 '통일벼'도 최첨단 드론과 로봇을 이길 순 없었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국내 최대 과학 축제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했다. 올해는 광복 70년을 맞아 '과학창조한국대전'으로 이름을 잠시 바꾸고, 지난 70년 과학기술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특별 전시관도 마련됐다. 지난 70년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 과학 30년을 내다보자는 의미였다.

국무총리-장관 붙잡은 포니-통일벼... 아이들은 무관심

이날 특별 전시관에는 지난 1974년 현대자동차에서 독자 모델로 처음 선보인 포니 승용차와 1971년 탄생해 보릿고개 해소에 도움을 준 '통일벼'도 전시됐다. 포니가 우리의 공업 기술을 상징한다면, 통일벼는 농업 기술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특히 포니 승용차는 국내에선 못 구해 네덜란드 박물관에서 직접 공수한 것으로, 지금도 운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들 전시물에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과 사진도 빠질 수 없었다.

이날 오전 개막식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이 두 전시물 앞에 한동안 머물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날 행사의 주인공이자 앞으로 30년 미래를 이끌 초중고 학생들에게 이들은 과거의 유물에 불과했다.

 제19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은 광복 70년을 맞아 과학창조한국대전으로 잠시 이름을 바꿔 열렸다. 70년 과학기술 역사 전시장에 등장한 박정희 전 대통령.
제19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은 광복 70년을 맞아 과학창조한국대전으로 잠시 이름을 바꿔 열렸다. 70년 과학기술 역사 전시장에 등장한 박정희 전 대통령.김시연

가끔 부모 손에 끌려 온 어린이가 포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거나 신기한 듯 차에 타보기도 했지만 큰 관심을 끌진 못했다. 1970년대 원전 기술, 초음속 훈련기 T-50, D램 반도체 등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역사 전시관에선 오준호 KAIST 교수 연구팀에서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대신 아이들과 부모들은 22개 정부출연연구소와 초중고 과학반 등 300여 개 기관에서 만든 400여 개 과학 체험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느라 분주했다.


삼성, LG, KT, SK텔레콤 등 대기업에서도 이날 가장 크고 화려한 부스를 마련했지만 대부분 자사 제품과 서비스 홍보에 그쳐 발길을 오래 붙잡지 못했다. 그나마 대형 기구에 올라 탄 실제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SK텔레콤의 가상현실 체험 정도가 눈길을 끌었다.

 KAIST에서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는 과학기술 70년 역사 전시관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다.
KAIST에서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는 과학기술 70년 역사 전시관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다.김시연

대신 어린이들은 항공우주연구원 체험장에서 '드론'(소형 무인비행체)이나 달 탐사 로봇 '로버'를 직접 조종해 보기도 했고, 드라이아이스로 혜성 만들기(강일고등학교), 찰스 린드버그 대서양 횡단 비행기 만들기(서정초등학교) 같은 체험에도 열중했다. 초등학교 과학반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을 상대로 비행기 제작법을 가르치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오전에 오후 타임까지 일찌감치 마감돼 발길을 돌려야 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행사 화두는 일상에서 과학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메이커(Maker) 문화'였다. 행사장 곳곳에 3D 프린터가 전시됐고, 국내 벤처 기업들이 만든 드론 같은 첨단기술 제품도 전시됐다.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행사장에서 비행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행사장에서 비행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김시연

"개인 인공위성 쏜 송호준씨, 메이커 성공 사례" 

이번 행사를 주관한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메이커 문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 이사장은 "예전에 비해 행사장에 드론이 부쩍 많아졌고 단순히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직접 고화질 영상을 촬영하는 '드론 캠'으로 진화했다"면서 '메이커 문화'와 과학 축전의 결합을 반겼다.

김 이사장은 "우리도 글로벌 운동인 메이커 문화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면서 "첨단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메이커 입문 교육과 메이커 마니아 커뮤니티, '메이커 페어 서울'과 같은 메이커 쇼케이스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항공우주연구원 드론 체험장.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항공우주연구원 드론 체험장.김시연

그러면서 메이커 문화 성공사례로 지난 2013년 자비 1억여 원을 들여 직접 만든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려 화제가 된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씨와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와 민간 우주여행기업 스페이스 엑스를 창업한 엘론 머스크를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았다.(관련기사: "1억원 모아 개인 인공위성 쏴올렸어요" )

아울러 김 이사장은 "엘론 머스크가 메이커 정신과 사업 아이디어를 결합해 미래 비전을 만든 것처럼 앞으로 민간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창의축전 #창조경제 #포니 #드론 #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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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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