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 교회 내부 이란의 아르메니아 인을 위해 지은 교회. '이란의 쿠텐베르크'라고 불리는 가차투르 바르다페트의 인쇄기를 볼 수 있다.
정효정
문제는 돈 계산을 해야 할 때였다. 한참 어린 꼬맹이가 자꾸만 내 몫까지 돈을 내려는 거다. 그럴 때마다 승강이를 벌였다. 나중엔 지쳐서 "대체 왜 이러는 거냐, 언니가 내는 거다, 넌 한국드라마도 안 봤느냐"며 혼내자, 아이는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언니는 한국에서 온 내 손님이잖아! 이란에서는 '손님은 눈에 넣는다'는 말도 있단 말이야!"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이란 친구는 한참 웃었다. 대체 '손님은 눈에 넣는다'는 말이 뭐냐고 묻자 정확한 표현은 '손님은 눈(眼) 위를 걷게 한다(Qadamet be rooy-e Chashm)'라는 거란다. 이란에는 타로프(Taarof)라는 표현양식이 있는데 그중 하나의 표현이라고 한다.
타로프는 예의를 차리는 이란식 표현방법이다. 겉치레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손님이 돈을 내려고 하면 점원은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합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렇게 몇 번 오고 가다가 결국 점원은 못 이기는 척 돈을 받는다. 우리나라에도 세 번 사양하는 문화가 있는데 그것과 비슷하다.
그러니까 '손님은 눈(眼) 위를 걷게 한다'는 말은, 손님의 존재는 그만큼 자신들을 기쁘게 한다는 이란식 비유법이었다. 우리도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라고 하지 않는가.
여행 중 만난 이란 사람들은 늘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여길 네 집이라고 생각해', '난 네가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해', '우리 가족은 널 위해 있어' 등. 비록 관습에서 비롯된 겉치레 말이긴 하나 진심이 아예 안 섞인 건 아니다. 그들은 정말 가족처럼 손님을 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