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진 8퍼센트 대표
8퍼센트
"우리나라엔 '중금리' 시장이 없어요. 은행 대출 금리가 연 3~4%인데 이 문턱을 못 넘으면 저축은행, 대부업 등 연 20~30%로 확 뛰죠. 금융시장의 불합리한 구조를 깨고 싶었어요" 이효진 8퍼센트 대표의 말이다. 회사 이름은 평균 연 8%의 금리로 대출해준다는 뜻에서 붙였다. 이곳은 돈을 빌려주는 업체지만 은행은 아니다. 돈을 빌리려는 개인, 소상공인과 불특정다수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P2P(개인 대 개인) 대출업체'이다.
'P2P 대출'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개념이다. 간단히 말해 대출을 원하는 사람과 돈을 빌려주고 싶은 사람을 직접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이다. 지난해 뉴욕 증시에 상장해 9조 원 가까운 가치를 인정받은 미국 P2P대출업체 '렌딩클럽'이 대표적이다.
8퍼센트는 아직 사업 초기여서 수수료는 받지 않고 있다. 기존 금융기관과 달리 지점을 두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으로 운영한다. 불필요한 부대 비용이 빠져 그만큼 싸게 빌려줄 수 있는 구조가 된다.
대출자는 저축은행, 대부업체보다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는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 이자보다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다. 대출 금리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연 5~15% 정도다. 중금리 대출이 부족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대부업 30% 고금리 대출로 빠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당찬 사업을 시작한 이 대표는 올해 서른넷이다. 100일도 안 된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했을 당시 이미 배 속에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망설임이 없었다. 그만큼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한 카페에서 이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은행 대출은 대기업, 전문직만 통과... 탈락자에게 중금리 제공이 목표" 우선 기존 금융회사와 차별성이 궁금했다. 금리는 낮더라도 은행처럼 진입장벽이 높다면, 일반 서민들이 이용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8퍼센트의 총대출금액은 30억 원(지난 7월 25일 기준) 정도다. 대출 건수 73건 가운데 개인 대출이 61건을 차지한다. 이들에게 대출해준 평균 금리는 연 9.37%. 8퍼센트는 신용등급 1~6등급의 개인에게 3000만 원까지 대출한다.
이 대표는 8퍼센트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대출을 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은행 대출에선 탈락하지만 상환 능력이 '괜찮은' 사람들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저도 다녀봐서 아는데, 은행은 개인 신용 평가를 할 때 각종 보증서를 끼고 자기들 위험 부담을 피하는 것만 신경 써요. 그러다 보니 대기업, 전문직 등 일부만 이용할 수 있죠. 은행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제 2, 3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 가운데 저금리로 돈을 빌릴 자격이 있는 사람도 있어요.""신용 6등급 대출자가 가장 많아... 중도상환수수료 없는 게 장점" 8퍼센트 개인 대출자 가운데 신용등급이 6등급인 사람이 60%로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1등급, 5등급 순이다. 6등급이 많다는 것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들이 P2P 업체로 흡수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달 7일 '국내 중금리 대출 시장 현황 및 향후 발전방안' 보고서에서 5, 6등급의 중간 신용계층 1216만 명이 금리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신용등급에 적당한 중금리 대출을 이용하지 못한 채 연 20%가 넘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단 간편하고 대출 기록이 남지 않아 바로 상환할 목적으로 돈을 빌리는 1등급도 꽤 된다"면서 "기존 금융기관과 달리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출 심사도 은행과 다르다. 은행이 해오던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을 벗어났다. 우선 신용정보회사에서 일차적인 금융정보를 받는다. 그러나 담보나 기존 대출 내역, 연체 정보뿐 아니라 추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분석한다.
제출한 데이터와 SNS 정보가 불일치하면 심사에서 탈락한다.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출 신청자들의 동의를 받고 페이스북 아이디, 이메일 아이디로 신청자의 진위성 여부나 사기를 감별한다"며 "SNS 기반의 자료들을 모으고 있고 앞으로 '모델링'할 계획도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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