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의원 사무실 간판 철거... 부끄러운 줄 아는 모양"

지역구 구미 시민들 분노 "심학봉 의원, 창피해서 못 살겠다"

등록 2015.08.04 20:08수정 2015.08.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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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구미시 송정동에 있는 심학봉 국회의원의 사무실. 하지만 심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하루 뒤인 4일 모든 간판을 떼어냈다(아래 사진). 간판이 붙어있던 자리에 흔적만 남아 있다.
경북 구미시 송정동에 있는 심학봉 국회의원의 사무실. 하지만 심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하루 뒤인 4일 모든 간판을 떼어냈다(아래 사진). 간판이 붙어있던 자리에 흔적만 남아 있다.조정훈/구미시

경찰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심학봉 국회의원(54)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심 의원의 지역구인 구미 시민들은 분노와 허탈감을 나타냈다.

심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한 다음날인 4일 오전 구미시청 맞은편에 있는 송정동 자신의 사무실을 폐쇄하고 간판 등을 모두 떼어냈다. 사무실 직원들에게도 당분간 출근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경실련은 이날 오전 심 의원 사무실 앞에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심 의원 사무실은 굳게 잠겨 있었고 직원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건물 안내판에는 회색 테이프로 가렸지만 '국회의원 심학봉 후원회 사무실'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심학봉 의원의 구미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 있고 간판을 떼어낸 흔적만 남아 있다.
심학봉 의원의 구미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 있고 간판을 떼어낸 흔적만 남아 있다.조정훈

심 의원 사무실 인근의 주민들은 이날 오전 일찍 크레인을 이용해 간판을 떼어냈다고 증언했다. 이 건물 1층에 근무하는 서아무개씨는 "출근을 하면서 보니 간판을 떼어내고 있었다"며 "부끄러운 줄은 아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당장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의 선배라고 밝힌 신아무개(63)씨는 "심학봉 의원이 술을 좋아하고 친화력은 있다"면서도 성폭행 혐의 사건에 연루된 심 의원이 후배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구미에 산다고 말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시 상모동 주민들은 분노가 더욱 컸다. 4일 오후 박 전 대통령 생가 아래에 있는 '중흥정'에는 10여 명의 노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노인들은 심 의원 이야기가 나오자 "죽일 놈"이라는 상소리와 함께 "당장 국회의원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 노인은 "어떻게 그게 무혐의가 되느냐"며 "국회의원이라고 봐주는 모양인데 우리같이 서민들이 그런 일을 저질렀으면 가만두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명백한 죄를 지었는데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창피스럽고 쪽팔려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4일 오후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아래에 있는 '중흥정'에 10여 명의 노인들이 모여 심학봉 의원을 비난하는 말을 주고받고 있다.
4일 오후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아래에 있는 '중흥정'에 10여 명의 노인들이 모여 심학봉 의원을 비난하는 말을 주고받고 있다.조정훈

"경찰 무혐의 발표는 짜고 치는 고스톱"

우순남 구미성폭력상담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4대 악 가운데 하나로 성폭력을 강조했는데 집권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성폭행을 했다는 것에 대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국회의원들이 먼저 성폭력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영지 구미참교육학부모회 회장도 "새누리당 경북도당 윤리위원장으로서 누구보다 도덕적이고 깨끗하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국회의원이 상임위도 불참하고 성폭행을 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은 회장은 이어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크게 분노한다"며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발표했는데 그게 더 짜증이 난다. 이건 국회의원을 봐주기 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심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우월적인 신분을 이용해 성폭력을 한 것이라며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또한 새누리당에는 심 의원을 제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성폭력은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 번복과 가해자의 주장만 듣고 바로 무혐의 처분을 하는 것은 성폭력 수사의 기본도 모르는 조사"라며 "경찰의 봐주기식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공정하고 투명한 재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심학봉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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