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네스트 사원 배경에 선 필자잠시 멈추는 얻는 것이 많습니다
김경수
주로에 10~15km 간격으로 CP(Check Point)가 설치돼 있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주로를 이탈한 선수를 확인하고, 부상과 피로에 지친 선수들의 쉼터다. 조금 빨리 가려고 CP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건 화를 자초할 뿐이다.
해발 3100m의 파로 계곡 건너편에 주저앉아 거친 호흡을 토해냈다. 앞질러 내달리는 선수들의 뒷모습이 계곡 아래로 멀어져갔다. 목 위까지 찬 숨을 고르자 계곡을 휘감은 물안개가 갈리면서 장엄한 타이거네스트 사원이 위용을 드러냈다. 자신의 체력을 인정해야 한다. 앞서가는 선수에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빨리 가면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
함께 가라 사막이 좋은 이유는 홀로 온 밤을 지새우며 절대고독을 체험할 수 때문이다. 절대고독은 나를 성숙시키는 기회기도 하다. 하지만 혼자 갈수 있어도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사막이고 오지다.
위기의 순간을 만날 때, 혼자 견디기보다 동반자를 만나 함께 가라. 힘들 때 누군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격려가 된다. 때로는 거인의 어깨에 잠시 머리를 기대는 것이 흠은 아니다. 2009년 나는 그랜드캐니언에서 그 거인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