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대국민사과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희훈
-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으로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인 특별사면 발표가 있었다."예상했던 것보다 재벌 총수 사면 인원은 적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면을 받았는데, 어떤 문제로 형을 살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는 일로 처벌을 받았다. 재벌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로 형을 살고 있는데, 사면 복권을 해주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면 명목으로 경제활성화를 내세우는데, 그 사람이 나온다고 정말 경제가 활성화 되나? 오히려 회사를 어렵게 만든 사람이다. 손해를 끼치고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유발시킨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제대로 벌 받지 않고 손쉽게 용서를 받는다면 계속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 최근 재벌 해외계열사 소유 지분 공시를 의무화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어떤 취지인가?"법안의 골자는 두 가지다. 해외계열사 소유 분 공시와 함께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만들어 공시하도록 규정했다. 모두 기업을 시장의 운영원리에 맡기자는 게 핵심이다. 회사 구성원들과 투자자들의 행동원리에 따라 재벌을 개혁하는 것이다.
그동안 재벌의 개혁 방향은 사후적 처벌에 주력해 왔다. 본보기를 찾아 처벌하고, 그 위화감을 통해 문제를 억제하는 방법이었다. 이것은 전근대적인 방식이다. 조금 지나면 '안 걸리면 된다'라는 학습효과가 생긴다. 고위공직자 출신 전관을 영입하고, 설령 문제가 발생해도 비싼 변호사를 써 무마시킨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배구조를 제대로 해야 회사도 잘 된다는 경험을 쌓게 만들어야 한다. 회사 안에서 개혁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더 힘을 가질 수 있게 하고, 또 적발되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문제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 잘못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으면 상시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공시제도가 중요하다. 지금은 일반현황이나 주식소유현황만 공시하게 돼 있는데, 이사회의 구성, 임원 전문성 확보 방안, 경영승계 원칙과 절차 등 '내부규범'까지 공개하게 만들면 이 회사가 어느 정도 '개념'있는 회사인지 알 수 있다. 공시 내용을 보면서 투자자들이 투자의사를 결정하고 많은 인재들이 지원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해외지분을 공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정거래법이 국내 회사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롯데처럼 해외 기업을 통해 순환출자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다만 해외법인에게 지분 공시를 의무화 할 수 없기 때문에, 총수 일가가 소유한 해외지분에 법적으로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 롯데 사태로 인해 기업의 국적 논란이 일면서 소위 '국부유출'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기업에 국적을 따지는 건 무의미 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시장경제에서 그걸 규제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소비자들의 행동원리에 영향을 미치는 건 가능하다. 소비자에게 판단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 기업이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생각하면,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그런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재벌총수의 해외지분과 같은 리스크를 개선해 나갈 것이다."
- 의무 공시만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제기한 '다중대표 소송제' 같은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지 않나?"물론 사후적 조치를 강화하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법적 절차가 발달하지 못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그에 비해 효과는 미비하다. 그것만으로는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다. 지금도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주주들이 얼마든지 소송을 할 수 있다. 모든 주주들이 그렇게까지 주주의 권리를 자각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니 사후적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다. 사전적으로 내부적 통제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기업이 알아서 체질을 바꾸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공시 제도 강화는 시장주의 원칙에 따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