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키우틀족의 포틀래치 댄스북아메리카 서해안 인디언들 사이에서 부유한 사람들이 베푸는 축제다.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경조사 등을 구실로 수시로 행한다. '포틀래치(Potlatch)'는 치누크족 말로 '소비하다', '주다' , '베풀다' 등을 의미한다. 이를 행하는 대표적 부족들로 콰키우틀, 치누크, 하이다, 누트카, 유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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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커뮤니티의 의례를 바꾸는 건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을 만들 당시,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포틀래치(Potlatch)' 선물경제를 모델로 삼았다. 포틀래치란 무엇인가. 페이스북상에서 사람들이 서로 정보나 정서적 관심 등을 주고받는 걸 연상하면 쉽다.
콰키우틀족은 부족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이 변할 때마다, 경조사 등을 구실로 포틀래치 축제를 연다. 주최 측은 재산을 많이 모은 사람들로서, 부족민들에게 음식과 선물들을 증여한다. 주최 측은 많은 재산을 탕진할수록 부족민들의 '인정'을 얻고, 부족은 화합과 빈부 격차를 해소한다.
이때 사람들은 '역할 가면극'을 즐기는데, 마치 페이스북상에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 재잘거리는 것과 닮았다. 가령 '하지율'이라는 어떤 이름은, 기사를 작성한 뒤 그것을 자신의 타임라인에 공유하며 등장한다. 포틀래치가 열린 것이다. 이때 다양한 페친들이 등장해, 평소 콘셉트 대로 한 마디씩 거들며 기쁨을 나누는 식이다.
포틀래치를 통해, 콰키우틀족은 부의 재분배를, 페이스북은 정보의 공유를 이룬다. 페이스북에서 나이와 성별, 직업과 학력을 막론한 다양한 계층들이 재잘거리며 선물경제 순환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의 재잘거림은 커뮤니티의 생명력이다
사람들이 신선한 정보 등을 나누는 걸, 인터넷 용어로는 신선한 '떡밥'을 투척했다고 번역한다. 페이스북에서 정보의 공유는 곧 떡밥 투척이다. 누구든 이왕 떡밥을 투척했다면 잠시 위세를 얻었다가 곧 묻힌다(잊힌다).
아무리 평소에 떡밥이 많은 사람이라도 무한히 투척할 수는 없고, 떨군 떡밥도 오래되면 곧 식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신선한 떡밥을 원한다. 뉴스피드 창은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다른 사람들도 꾸준히 떡밥을 투척한다.
친목 관계를 통한 사람 사이의 유대, 끊임없는 상호 인정을 유도하지만, 누구도 결정적 우위를 점할 수는 없는 구조, 정보 공유를 통한 격차의 해소... 이것이 페이스북의 풍요와 평등을 '어느 정도' 유지시키는 주커버그의 인류학적 인사이트다. 이런 모델에서 '싫어요' 버튼의 도입은 생각하기 어렵다.
진정한 포틀래치 선물경제를 실현하려면우리는 페이스북뿐 아니라 여타 커뮤니티에서도, '이름(실명이든 닉네임이든)'으로 등장한다. 등장은 재잘거릴 때 이뤄진다. 재잘거리지 않으면 존재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눈팅족의 존재는 짐작될 뿐이다). 그래서 침묵은 곧 커뮤니티 내의 죽음이다. 당신의 재잘거림이 뜸할 때, 당신의 동료는 이렇게 생존확인을 할지도 모른다.
"○○○님 살아계세요?"결국, 반복적인 재잘거림은, 한편으로 "나다! 나다! 나다!"라는 존재선언의 되풀이와 같다. 우리는 재잘거린다, 고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인터넷 상에서 쉬지않고 존재의 함성을 내지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독일의 철학자 헤겔과 악셀 호네트,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허버트 미드와 윌리엄 제임스 같은 이들은 바로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인간 행동의 기본적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고 하면, '관심병' 등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일쑤다.
그러나 이들은 인정욕구가 사회진보에 긍정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은 인격적 동등함을 무시당할 때, "울분"을 느끼고, 인정받고자 하는 정치적 투쟁 즉 '인정투쟁'을 하게 되면서 사회 진보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알바를 하다가 사장이 약속대로 시급을 안 주면, SNS에서 한풀이도 좀 하게 마련이고 그러다 비슷한 친구들이 모인 '알바노조' 같은 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다. 또 정보도 공유하고 데모도 참여하다 보면, 돈도 받아낼 수 있게 되면서 악질 사장들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 결국, SNS는 유익한 인정투쟁의 장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포틀래치에 참여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