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컴퓨터 작업 환경
신수빈
내 몸이 무너지면, 내 일도 못해요 전문가들은 쾌적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업주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5조 2항(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에도 명시되어 있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24조에 따라 사업주에게 근골격계질환 예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아우디 자동차 생산공장 '입는 의자'가 화제가 됐잖아요. 작업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의자를 개발한 거죠. 제조업에서는 얼마나 생산도구 개선에 투자를 많이 합니까. 책상, 의자, 컴퓨터 등이 사무직에게는 유일한 생산도구인데 사업주가 그걸 맞춰줘야 하는 건 당연하죠. 그래야 작업의 능률도 좋아지고요."- 김철홍 교수 '보이지 않는 골병'인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는 사무직 노동자들은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정진주 소장은 "업무상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4일 이상 요양하면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고용불안정성이 있다 보니 노동자가 아프다고 이야기하기 쉽지 않고, 업무연관성 증명 문제 때문에 산재 신청도 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지금까지 업무로 일한 질환은 '개인차'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들도 유사한 업무를 하지만 아픈 부위나, 정도는 각기 다르다. 이에 대해 김철홍 교수는 한 가지 비유를 들었다.
"같은 자동차 밑에서 조립하는 사람이 있어요. 한 사람은 키가 커요. 180cm 정도, 또 한 사람은 160cm 정도 된다고 해요. 똑같은 일을 해도 한 사람은 키가 크니까 허리를 숙여야 하고, 한 사람은 까치발을 들어야 하는 거예요. 아픈 곳도 다르겠죠. 그런데 여기에다가 '얘는 허리가 아프다는데 왜 너는 어깨가 아프냐'라고 말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운동을 많이 하거나 근력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픈 게 더디 오고, 회복도 빠를 수 있지만 그러한 개인적인 차이나 운동에 대한 취미나 습관을 회사가 강제할 수는 없는 거죠." 전문가들은 사무직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장시간 노동 문제와도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된 장시간 노동이 문제예요. 서서 일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이 자세 역시 오랫동안 취하게 되면 위험하죠. 마트에서 일어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생각해 보세요. 1시간 이내에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아요." - 김형렬 교수 "자동 차단 시스템이 필요해요. 일정 시간이 되면 스크린을 자동 차단한다든지, 벨이 울린다든지. 그리고 같이 체조를 하든지 쉬든지 하는 거죠. 제조업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 - 정진주 소장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며, 그동안 뉴스에 나오는 '노동' 관련 이슈에는 관심을 많이 가져왔지만 정작 우리가 하고 있는 노동에 대해서는 무지했다는 반성이 들었다.
"<오마이뉴스>의 최대 목표가 무엇인가요. 좋은 뉴스를 내는 것 그리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것 아닌가요? 사업주가 건강보건을 사업목표에 넣어야 해요. 산업안전보건 교육도 필수고요. 노동자들도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몸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해요. 내 몸이 무너지면 내 일도 못해요." - 정진주 소장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오마이뉴스> 사무실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편집부를 시작으로 모니터와 의자, 그리고 마우스가 교체되었다. 모니터 화면이 커지면서 더 이상 등과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게 되었고, 새롭게 지급된 의자는 허리를 단단히 지지해 주었다. 마우스 역시 손목에 무리가 덜 가는 버티컬 마우스로 바뀌었다. 장비 몇 개만 바뀌었는데도 노동자들이 느끼는 변화는 크다. 사무실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