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토지리턴' 현실화, 남은 과제는?

시, 인천도시공사에 넘겨 자산담보어음 발행... 대신 지급보증

등록 2015.08.22 20:47수정 2015.08.2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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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를 겪는 인천시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시가 긴급 유동성(=약 1조2500억 원) 확보를 위해 송도 6·8공구의 A1과 R1 2개 필지를 토지리턴제(=환매 풋옵션)로 매각한 것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시는 지난 20일 오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도 6·8공구의 A1과 R1 매매계약 해지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토지리턴 매매계약 당사자는 교보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주)싸이러스송도개발이다.

시는 교보증권 쪽의 풋옵션 권리 행사로, 교보증권 쪽에 땅값과 이자(약 721억원)를 합해 약 5900억 원을 다음달 7일까지 줘야한다. 그리고 A1과 R1, 2개 필지를 돌려받는다.

시는 당장 돈이 없는 만큼 인천도시공사에 A1과 R1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이 부지를 한국자산신탁(주)에 신탁해, 일종의 기업 어음인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한다.

그런 뒤 자산유동화 전문 특수목적법인이 이 기업어음을 매입한다. 그러면 인천도시공사가 그 자금을 인천시에 매각대금으로 지불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시가 자산담보부기업어음)에 지급보증을 서게 된다. 자금 조달방법과 금리, 부지 개발방안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지급보증은 우발채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이용철 시 기획조정실장은 "우발채무는 채무비율(=총부채/총예산) 산정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시 채무비율에 영향력이 없다, 또 인천도시공사의 경우도 신탁을 통한 자금 마련이기에, 인천도시공사 부채비율(=총부채/자본금)에도 영향이 없다"고 했다.

시는 왜 토지리턴을 받아들였을까


시는 지난 2012년 '5.30 재정위기 대책'에 따라 송도 6·8공구 내 A1·A3 공동주택지역 18만 714㎡와 12만 2145㎡, R1 일반상업용지 4만4176㎡를 합한 34만7036.6㎡를 교보증권 컨소시엄인 (주)싸이러스송도개발에 매각했다. 매매가격은 총8520억 원이었다.

토지리턴 매각 중 A3 필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역주택조합을 시행사로 해서 전용면적 84㎡이하 공동주택(2708세대)을 개발하기로 하면서 환매를 막았다. 물론 이 또한 아직 지역주택조합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완료해 교보증권 쪽에 땅 값을 지불해야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시는 이번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A1 부지(주택용, 18만714㎡)와 R1 부지(일반상업용, 4만4176㎡)의 토지리턴에 대해 교보증권컨소시엄과 협상을 진행한 끝에, 결국 다시 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협상과정에서 교보증권 쪽은 환매권을 행사하지 않는 대신, 해당 부지를 원활하게 개발할 수 있게 A3 부지의 사례처럼, A1 부지에 들어설 공동주택의 세대수와 용적률 상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는 이미 4월에 A3 부지 개발사업자 쪽의 요구를 받아들여 A3 부지의 세대수를 늘려줬다. 즉, 이미 개발사업자의 요구를 들어준 상황에서, 시민 세금과 직결된 재정주권 확보를 위해 더 이상 끌려 다녀선 안 된다고 보고, 이 같은 입장을 굳힌 것으로 파악된다.

시는 교보증권 쪽에 약 5900억 원을 돌려줘야하는데, 당장 이만한 유동성이 없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천도시공사에 이 땅을 넘기고, 인천도시공사가 신탁회사에 자산을 맡겨 파생상품으로 자금을 마련해 갚는 방안을 선택했다.

6·8공구 맡은 인천도시공사, 남은 과제는?

시가 6·8공구 내 A1과 R1 부지를 인천도시공사에 매각한 만큼, 그 개발방안은 인천도시공사에 달렸다. 이용철 시 기획조정실장은 "인천도시공사가 직접 개발하거나 또는 민간업체와 손잡고 개발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이는 인천도시공사가 판단할 몫이다"라고 말했다.

시는 사실상 인천도시공사에 개발주도권을 넘겨준 셈이다. 교보증권컨소시엄 쪽에 A3 필지처럼 용적률 상향이라는 혜택을 주느니, 차라리 시가 설립한 인천도시공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도시공사는 이 땅을 자체 개발하거나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는 A3처럼 인천도시공사가 아예 주택조합을 설립해 리스크(=위험도)를 줄이며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A3 부지처럼 전용면적 84㎡이하의 공동주택을 분양하면 사업성이 충분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인천도시공사의 경우 부채비율에 따라 공사채 발행과 자산매각 용도(=행자부 지침에 따라 자산 매각대금을 부채 상환에 사용해야함)가 제한돼있어, 사업비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도시공사 입장에선 그림의 떡이 아니라, 코앞에 있는 데 못 먹는 떡이나 다름없다.

인천도시공사가 직접 개발할 경우 초기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가 인천도시공사에 추가출자를 해야 한다. 이는 상당한 진통과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A1 부지나 R1 부지를 A3 부지처럼 전용면적 84㎡이하 주택용지로 바꾸고, 용적률을 상향하기 위해서는 송도 6·8공구 전체 토지이용계획을 수정해야한다. 세대수 증가로 인해 학교 등 공공기관이 들어설 부지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장 유력한 대안은 송도 6·8공구 내 골프장 22만평을 활용하는 것이다. 골프장은 송도랜드마크시티 쪽이 151층 인천타워를 짓기로 하면서 결정한 도시계획이다. 해당 계획이 올해 1월 무산돼 수정이 필요한 만큼, A1 부지와 R1 부지의 토지이용계획에 맞춰 수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시가 추진하고 있는 송도 6·8공구 내 엑스포시티의 경우도 섣부르게 추진해선 안 될 일이다.

한편, 시는 송도 6·8공구에서 약 721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지불해야한다. 인천경제청은 재미동포타운 부지에서 약 230억원 달하는 이자를 지불했고, 인천도시공사는 청라12블록과 영종27블록에서 32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지불했다. 모두 토지리턴제 때문이다.

시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용철 기획조정실장은 "다시는 이런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토지리턴에 따른 금융비용을 인천시민이 지는 구조다. 이런 구조를 이어가는 건 시민을 위한 시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시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에 보증을 서기로 했다. 즉 A1과 R1 부지의 개발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시는 2차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www.isisa.net)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재정위기 #교보증권 #토지리턴제 #송도6,8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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